“김장 김치에 이웃사랑 듬뿍 담았어요”… 서울 옥수중앙교회서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

입력 2015-11-26 21:02
호용한 옥수중앙교회 담임목사(오른쪽 두 번째), 최삼규 국민일보 사장(왼쪽 두 번째)과 자원봉사자들이 26일 서울 성동구 옥수중앙교회에서 열린 ‘2015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에 참여해 김장을 담그고 있다. 구성찬 기자

뽀얗게 절인 배추 더미가 테이블 위에 올라오자 두 줄로 늘어선 ‘고무장갑 군단’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새빨간 김칫소를 한 주먹씩 움켜쥔 손은 배춧잎 사이사이를 야무지게 오갔다. 먹음직스럽게 완성된 배추김치는 직사각형 모양의 스티로폼 박스 안에 차곡차곡 쌓였다. 뜨거운 사랑이 김치와 함께 꾹꾹 눌러 담겼다.

26일 오전 서울 성동구 금호동4가 옥수중앙교회에서 진행된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에는 청년부터 70대까지 남녀노소 교인 40여명이 함께해 의미가 컸다. 여성들은 숙련된 솜씨로 배추에 양념을 발랐고 남성들은 박스를 나르고 포장하며 힘을 썼다.

국민일보와 농협이 후원한 이번 행사에서 이들은 모두 1200포기의 김치를 담갔다. 배추 3포기씩 담긴 240개의 스티로폼 박스 위에는 ‘작은 이들의 벗이 보내는 사랑의 김치’라고 쓰였다. 김치는 서울 시내 달동네 중 한 곳인 옥수·금호동 지역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저소득층, 외국인 근로자 등 어려운 이웃에게 배달됐다. 최삼규 사장을 비롯해 국민일보 임직원도 동참해 함께 배추를 버무리며 따뜻한 정을 모았다.

허리가 뻐근하고 팔이 저릴 법도 한데 모인 이들의 얼굴엔 웃음기가 가시지 않았다. 구순덕(69·여)씨는 “또래들과 함께 모이다보니 봉사하는 일이 재밌다”며 “올해 배추는 유독 달고 시원해 김치를 받는 분들 모두 맛있게 드실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봉사를 위해 오전 7시 강북구 수유리 집을 나섰다는 그는 “모두 기쁘게, 자기 집 김장 때보다 더 열심히 만드는 것 같다”며 “힘이 닿는 날까지 나누고 싶다”고 했다. 서경애(56·여)씨는 “여러 곳에서 모이는 도움의 손길이 점점 커지니 힘들기보다 오히려 힘이 난다”며 “작은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보람차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호용한 옥수중앙교회 담임목사는 “자발적으로 봉사에 나서줘 감사할 따름”이라며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사랑을 흘려보낼 수 있는 일에 앞으로도 다양한 통로로 적극 동참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는 30일에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예수인교회, 다음달 2일 서울 마포구 사회복지협의회, 3일 은평구 예수사랑교회, 4일 강서구 엘림교회, 7일 덕양구 사회복지법인 효샘에서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가 이어진다. 올겨울엔 모두 5500포기의 김치가 소외된 이웃들의 식탁 위를 따뜻하게 채울 예정이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