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백악관 사면’ 칠면조의 최후는?

입력 2015-11-26 21:56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칠면조를 풀어주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25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오븐으로 향할 운명에 처했던 칠면조(turkey·터키) 두 마리를 전통대로 ‘특별사면’했다. 태어난 지 18개월 된 ‘정직(Honest)’과 ‘에이브(The Abe)’가 그들이었다. 정식 사면되는 칠면조는 ‘정직’이고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해 ‘에이브’가 대역으로 선정됐다.

미국 대통령이 칠면조의 목숨을 구해주는 이 독특한 행사는 언제, 어떻게 생겨나게 됐을까. 미 공영라디오방송(NPR)에 따르면 당초 백악관에 칠면조를 선물한 전미칠면조협회의 의도는 추수감사절과 성탄절 때 칠면조의 소비 증대였다. 실제 ‘칠면조 사면’ 전통을 첫 도입한 것으로 잘못 알려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협회의 의도대로 선물 받은 칠면조를 요리해 먹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1963년 칠면조 증정식에서 “이들을 풀어줄 것”이라고 말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존 F 케네디가 칠면조를 살려주는 전통을 처음 만든 대통령으로 보인다는 게 사학자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 행사를 ‘사면(pardon)’이라고 처음 부른 것은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다.

사면 받은 칠면조들은 이후 어떻게 될까. 간단히 말해 그렇게 오래 살지 않는다. 살아남은 칠면조는 워싱턴DC 인근의 버지니아주 리스버그의 한 농장에 보내지는데 지금까지 지난해 사면 받은 ‘치즈’를 비롯해 단 2마리만 생존해 있다. 식용으로 길러지는 칠면조들은 단백질이 풍부한 콩과 옥수수를 먹여 인공적으로 살을 찌운다. 그래서 그냥 두더라도 오래 살기 힘들다. 워싱턴포스트(WP) 기자를 포함해 일단의 작가들이 “미국에서 가장 터무니없고 어리석은 명절 전통”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NPR은 이에 대해 백악관 칠면조 사면식 이면의 ‘이상하고도 슬픈 진실’이라고 했다.

이날 두 딸인 말리아(17), 사샤(14)와 함께 백악관 로즈가든에 나타난 오바마 대통령은 밝게 웃는 표정으로 참석자들에게 추수감사절 인사를 건넨 뒤 “터키는 날지 못하지만 시간은 날아간다”고 농담을 했다. 올해로 7번째 칠면조 사면행사를 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2기의 임기가 불과 1년밖에 남지 않은 데 대한 속내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