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사춘기에 진입할 때 대개 부모들이 바라는 것은 ‘무사히 이 시기가 지나가는 것’이다. 특히 중학교 2학년이 되면 어쨌거나 1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도한다. 자녀가 사고 없이 편안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은 이해가 되나 15세만은 빨리 지나가야 할 ‘필요악’으로 여기는 건 무리가 있다.
15세는 사춘기의 정점을 상징하는 연령이다. 이때 아이들은 태어나서 가장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어린이의 몸에서 순식간에 어른의 몸으로 변하는 2차 성징을 겪으며 적어도 겉으로는 완연한 여성, 남성이 된다. 내적 변화의 폭도 크다. 자기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되는 감정의 오르내림, 수많은 “왜”가 생기면서 온갖 고민과 극단적 생각들이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다.
어른들 눈에는 개념도, 생각도 없어 보이지만 사실 15세는 ‘가장 생각이 많은 나이’다. 이를 정돈된 언어와 행동으로 표현하지 못할 뿐이다. 어린아이는 아니지만 뭔가 제대로 어른도 아닌 과도기, 그래서 사람들은 이 시기를 ‘인생의 첫 번째 위기’라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 15세는 위기(危機)의 나이다. 과도기로서 위험(危)을 안고 있지만 이와 더불어 기회(機)도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동안 축적된 뇌 발달 연구에 따르면 10대 중반은 뇌의 근본적인 구조를 리모델링하는 결정적 시기다. 10대 사춘기에는 폭발적인 뇌세포의 증가로 대대적인 뇌 구조 공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15세쯤에는 뇌의 불필요한 부분을 가지치기하며 성인의 뇌로 고착돼 간다. 이때가 지나면 뇌의 가소성, 즉 뇌가 변화할 수 있는 유연성이 소실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공사 중인 뇌의 일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고(?)가 다수 발생하기도 한다. 아이들 스스로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비논리적인 행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행동의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공사 중인 뇌’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15세에 열리는 새로운 가능성이다. 리모델링 공사 중에는 위험도 있지만 동시에 아픈 상처를 치유하거나 마음을 건강한 구조로 만들 기회도 공존한다. 이 시기에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떠한 만남을 갖는지, 어떤 자극을 받는가에 따라 우리의 뇌는 평생 남길 부분과 그렇지 않을 부분을 결정한다. 그래서 이 시기의 경험에 따라 인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사도 바울은 “세월을 아끼라(make the most of every opportunity·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라) 때가 악하니라”(엡 5:16)고 강권하였다. 하물며 자녀의 인생에 우리가 최선을 포기해야 할 시점이 있겠는가. 자녀의 15세 사춘기는 빨리 지나야 할 시간이 아니라 ‘최선의 최선’을 요구하는 기회의 시간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영주(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15세상담연구소장)
[한영주의 1318 희망공작소] 위기의 15세
입력 2015-11-27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