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단이 감독회장 선거 파행으로 겪은 자중지란의 역사를 정리한 백서가 26일 발간됐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는 2008년과 2013년 감독회장 선거 등이 잇따라 혼탁하게 치러지면서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백서에는 이들 선거를 둘러싸고 교단 안팎에서 벌어진 사건·사고가 집대성돼 있다.
7권으로 구성된 ‘감리교 개혁을 말하다’라는 제목의 백서는 총 5500여 페이지에 달한다. 2008년 감독회장 선거가 있기 전인 200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감독회장 선거 탓에 벌어진 수많은 소송전의 내용과 관련 판결문, 각종 회의록, 언론기사 등이 담겼다.
백서를 내놓은 백서발간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정동제일교회에서 출간을 기념하는 심포지엄을 열었다. 백서발간위 공동위원장인 전용철(원주 태장교회) 목사는 “오늘의 심포지엄은 작은 행사이지만 큰 의미를 띠고 있다”며 “앞으로 감리교가 좋은 열매를 맺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용 협성대 총장은 격려사에서 “역사적 사실들을 무시하거나 과거와 끊임없이 ‘대화’하지 않는다면 감리교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여러 목회자와 학자들이 ‘감리교 사태’를 정리하는 중요한 작업을 했다”며 “감리교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백서 발간의 의미를 높게 평가하며 감리교단의 자성을 촉구했다. 서형석 남서울대 교수는 “한국 감리교회는 경쟁과 갈등의 공동체가 아니라 평화와 공생의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성은 목원대 교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 ‘감독회장’이라는 호칭을 없애고 섬김과 봉사의 의미가 담긴 새로운 호칭을 고민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2012∼2013년 기감 임시감독회장을 역임한 김기택(서울 성천교회 원로) 목사는 “선거 때문에 지난 8년 동안 진행된 재판이 총 106건이나 된다”고 전했다. 그는 “감리교단은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는 소리를 듣기에 마땅하다”면서 “감리회 사태로 상처 입은 당사자들을 한자리에 초청해 위로하고 화합하는 대통합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감리교, ‘선거 파행 반성’ 백서 7권에 담았다… 총 5500여쪽 낱낱이 기록
입력 2015-11-26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