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체납세금 걷으려면 자정 노력 선행돼야

입력 2015-11-26 18:06 수정 2015-11-26 21:32
체납 세금 정리는 국세청이 역점을 두는 업무의 하나다. 세금을 걷는 기관이 부과한 세금을 제대로 징수하지 못하는 것은 존재 이유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25일 5억원 이상의 국세를 1년 넘도록 내지 않은 개인 1526명과 법인 2226곳의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은 악성 체납자들을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지난 9월 국정감사 때 국세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명단이 공개된 체납자들은 1만6319명, 체납액은 28조9731억원이었으나 징수 실적은 3680억원으로 1.27%에 불과했다. 특히 각 지방 국세청 체납 전담팀의 전체 체납액 징수 규모가 2013년 1조5638억원에서 2014년 1조4028억원으로 10.2% 줄었다는 사실은 국세청이 징수 노력을 게을리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와중에 국세청이 고액 체납자 전담팀 인력을 작년 212명에서 지난 6월 말 121명으로 43%나 감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체납 지방세를 받기 위해 부동산 추적은 물론 심지어 차량번호판까지 영치하는 등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과 대비된다. 고액·상습 체납자의 출국금지 요건을 강화하고 전담 직원을 증원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해 이들이 이 사회에 절대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해야겠다.

끊이지 않는 국세청 직원들의 비리 사건이 성실 납세 의욕을 꺾는다는 것은 자명하다. 자기관리가 엄격한 것으로 알려진 임환수 국세청장은 작년 8월 취임 당시 청렴을 가장 강조했다. 그럼에도 그가 부임한 이후 유달리 금품 비리 사건이 많이 불거진 것은 조직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도 지방국세청 국장이 세무조사를 무기로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부동산 분쟁에 얽힌 사람에게 세무조사를 통해 상대방을 압박해주겠다며 거액을 요구한 4급 직원이 기소됐다.

국민권익위가 2014년 공공기관 청렴도를 조사한 결과 국세청이 17개 기관 중 최하위였다는 사실은 세무공무원들의 비리가 고착화됐음을 의미한다. 조세 형평성과 조세정의는 말로 구현되는 것이 아니다. 국세청은 뼈를 깎는 자정 노력으로 불명예를 떨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