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이후 투병생활을 시작한지 꼭 5년의 시간이 흘렀다. 내 생애 가장 고통스럽던 날들이어서인지 20년도 더 된 것만 같다. 되돌아보면 걸음마다 주께서 동행해 주시며 십자가로 더 가까이 이끌어 주신 날들이기에 값없으신 그 사랑에 감사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
쓰러졌던 때가 성탄의 계절이었기에 겨울을 맞이하는 내 마음이 남다르다. 뇌종양 제거 수술을 앞두고 밀려드는 공포와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수많은 지인들과 가족들의 위로와 응원이 답지했지만, 그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한사람이 떠오른다.
그는 아내와 두 아이를 둔 40대의 가장으로 내가 문자 메시지로 띄워 보내는 묵상편지를 받아보는 수신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가끔 내게 “세상에 아름다운 파장을 퍼뜨리는 권사님을 닮고 싶습니다”라는 답신을 보내왔었다. 그런 그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일본선교를 꿈꾸고 있는 초신자로 묵상편지를 받을 당시는 말기 암으로 투병하는 환자라는 사실이 고작이었다.
“아- 권사님, 아프지 마시길 희망합니다. 잠시 쉬어가라는 뜻일 거예요. 이 상황이 예수님과 더 영적으로 가까워지시고, 더 행복해지시기 위한 전 단계이길 희망합니다. 주여! 주의 사랑스런 종을 지켜주소서! 주님, 이 사회가 꼭 필요로 하는 권사님을 지켜주시고, 저를 번제물로 올립니다. 권사님의 수술 시에 의료진에게 하나님의 오른팔을 빌려주시고 지켜주십시오. 아멘!”
나는 이 편지를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수신자들에게 전송했고, 예상대로 모두 놀라워하며 진한 감동을 받았다는 답신이 날아들었다. 예수님이 아니고서야 그 누가 스스로 번제물이 되겠다는 기도를 올릴 수 있단 말인가. 나 역시 단 한 번도 그런 기도는 드려 본 일이 없는데, 하물며 얼굴조차 모르는 나를 위해서 말이다.
박강월(수필가·주부편지 발행인)
[힐링노트-박강월] 나의 수호천사 이야기(1)
입력 2015-11-27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