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의 푸른 가을밤은 청명한 별빛으로
님을 그리워하고 있는데
그 수많은 사랑과 꿈, 그리움을 우리 가슴에 남겨두고
기어이 훨훨 떠나시고야 말았습니까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외치며
폭압과 불의의 밤과 맞서 싸우시던
님의 그 사자후의 목청은
여전히 우리 가슴을 울리고 있는데
이제 왜 더 이상 아무 말씀이 없으신가요
온갖 정치 술수와 모사, 음모와 위협 앞에서도
대도무문 네 글자를 거침없이 쓰시며
그 어떤 억압과 회유 앞에서도 굴복하거나 타협하지 않고
자유와 정의, 민주주의의 외길을 걸어가신
그 무쇠 같고 당당하셨던 발걸음은
여전히 시린 첫 새벽을 깨우며 달려가고 있는데
이제 왜 더 이상 함께 뛰자는 말씀이 없으십니까
한국 민주주의의 거산 고 김영삼 전 대통령님,
어쩌면 우린 님이 떠나신 다음에야
님의 소중함을 더 애달프게 알았습니다
님이 한국 근현대사 속에 남기신
자유 민주주의의 족적이 얼마나 위대하고 큰 것인가를
님이 떠나신 후에야 더 사무치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토록 원하셨던 민주주의는
문민정부를 통하여 한 송이 꽃으로 피웠는데
남북통일을 보지 못하고 가신 님을 생각하면 더 가슴이 아립니다
우리는 님을 보내지 않았는데
그 머나먼 길 어찌 홀로 가시고야 말았습니까
지금이라도 털털 털고 일어나 호탕하게 웃으시면서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이나 같이 먹자고 말씀하실 것만 같은데
이제 영원히 우리가 닿을 수 없는
그 먼 길을 떠나시고야 말았습니까
이제 님이 남기고 가신
위대한 대한민국 자유 민주주의를 기초석 삼아
우리 민족의 허리를 자른 저 분단의 철책선을 넘어서
백두에서 한라에까지
우리 조국 강산 흙 한 줌, 가녀린 풀 한 포기마다
사랑과 평화, 화해와 통합의 숨결이 깃들게 하여
평화통일과 선진대국을 이루어가겠습니다
그리운 님이여,
이제 세상의 모든 짐, 고통, 눈물, 애환은
이 땅 위에 다 내려놓으시고
저 영원한 하늘나라 주님의 품 안에서 편히 쉬소서
따뜻한 사랑의 눈동자, 인자한 미소로
통일 조국의 미래를 지켜봐 주소서.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시인>
[고 김영삼 前 대통령 추모시] 따뜻한 눈동자, 인자한 미소로 조국의 미래를 지켜봐 주소서
입력 2015-11-26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