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사용후 핵연료 농축·재처리

입력 2015-11-25 22:19 수정 2015-11-26 00:27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2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와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 발효를 위한 외교 각서를 교환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 한·미 원자력협정이 25일 발효되면서 그동안 우리 원자력 기술 발전에 걸림돌이 돼 왔던 구 협정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구 협정에는 미국의 동의나 허락 없이 핵연료의 농축과 재처리를 금지하는 ‘골드 스탠더드’ 조항이 들어있어 불평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새 협정은 한·미 양국 간 원자력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면서 “한·미동맹 차원에서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은 또 하나의 핵심 축”이라고 평가했다.

새 협정 발효로 우리나라는 사용후 핵연료 관리에서 일정부분 자율성을 얻었다.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 핵무기 원료로 전용되지 않을 수준까지 사용후 핵연료를 농축 및 재처리할 수 있다. 주로 경수로 연료에 쓰이는 저농축 우라늄(U-235 20% 미만)을 미국산 우라늄을 사용해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플루토늄 추출이 비교적 어려운 재처리 방식인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핵연료 건식 재처리 기술)도 한·미 간 공동연구를 바탕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경로가 마련됐다. 파이로프로세싱의 전 단계인 조사(照射)후 시험과 전해환원(電解還元)은 미국 승인 없이 국내 시설에서 수행할 수 있다. 파이로프로세싱과 핵연료 농축과 관련한 세부 논의는 한·미 원자력고위급위원회 차원에서 진행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구 협정 체제에서 기술과 능력이 있음에도 못했거나 미국의 동의를 받아야 했던 것들을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며 “(우리 원전 기술이) 성인이 된 만큼 구 협정의 옷을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원전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구 협정 하에서는 미국산 핵물질과 원자력 장비, 부품 등을 제삼국에 수출할 때 미국 동의가 반드시 필요했지만, 새 협정에서는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맺은 나라라면 사전동의 절차 없이 수출이 가능하다.

한·미 양국은 지난 4월 22일 협상을 타결하고 6월 15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어니스트 모니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협정문에 정식 서명했다. 지난달 29일 미국 의회 검토절차까지 완료되면서 협정 발효만을 남겨뒀었다. 당초 구 협정이 만료되는 내년 초쯤 발효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3주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가능한 한 일찍 협정을 발효하자는 한·미 간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이미 선진적이고 호혜적인 체제를 갖췄기 때문에 굳이 늦추거나 조정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