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25일 김영삼(YS)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찾아 헌화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전 전 대통령은 오후 4시쯤 건강한 모습으로 경호관 2명을 대동한 채 빈소에 입장했으며, 방명록에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는 글을 남겼다.
전 전 대통령은 영정에 헌화한 뒤 내빈실에서 YS 차남 현철씨와 짧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전 전 대통령은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셨나”고 김 전 대통령의 나이를 물은 뒤 “나하고 4년 차이 났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철씨에게 “고생 많이 했다. 애 많이 썼다. 연세가 많고 하면 다 가게 돼 있다”며 팔을 어루만졌다. 전 전 대통령은 “건강하게 살다 건강하게 떠나는 게 본인을 위해서도 좋다”며 “임의로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자다가 싹 가버리면 본인을 위해서도 그렇고 가족을 위해서도 그렇고 그 이상 좋은 일이 없지”라고 했다.
현철씨가 “건강이 안 좋으시다 들었는데 괜찮냐”며 안부를 묻자, 그는 “나이가 있으니까 (건강이) 왔다 갔다 한다. 담배 안 피우고 술 안 마시고 그러니까 좀 나을 거다. 담배는 옛날에도 좀 못 피웠고 술은 군대생활 하면서 많이 먹었지만 술맛을 모른다”고 답했다. 전 전 대통령은 현철씨가 “요즘에도 산에 가느냐”고 묻자 “아유, 못 간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내빈실에 동행한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장수하실 것”이라고 덕담을 하자, 김 전 의장의 손을 꼭 잡으며 웃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김영삼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을 했던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1993년 취임 첫해) 김 전 대통령 화분을 가지고 진갑을 축하하려고 댁을 찾아갔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때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고 덕담을 건넸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은 아무 답을 하지 않았다.
10여분간의 짧은 조문을 마친 전 전 대통령은 “YS와의 역사적 화해라고 볼 수 있는 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차를 타고 빈소를 떠났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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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5 2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