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로봇 술래놀이 로직 만들어라” … 어느 초등생 교실의 SW 교육

입력 2015-11-26 18:37 수정 2015-11-26 19:38
세종시 연동면 연동초등학교에서 지난 4월 진행된 SK텔레콤 '스마트 로봇 코딩 스쿨' 교실에서 학생들이 스마트 로봇 '아띠'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로봇끼리 술래잡기 놀이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난 6월 세종시 연동면 연동초등학교에서 진행된 SK텔레콤 ‘스마트 로봇 코딩 스쿨’ 교실. SK텔레콤은 세종시교육청과 스마트 로봇을 활용한 인재육성 교육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매주 1회 로봇 ‘알버트’와 ‘아띠’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사가 이 학교 3학년 학생 9명에게 ‘로봇 술래잡기 놀이 로직(논리회로)’을 만들라는 과제를 냈다. 학생들은 술래가 다른 사람을 터치하면 그 사람이 다시 술래가 된다는 놀이의 법칙을 로봇에게 어떻게 적용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술래 로봇’과 다른 로봇을 어떻게 정할지 고민하다 눈 색깔을 다르게 설정한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스마트폰과 연동된 로봇 알버트의 눈 색깔을 붉은 색으로 바꿔 ‘술래’를 정하고, 미리 움직임을 입력해 로봇으로 술래잡기를 진행했다. 술래 로봇은 다른 로봇에 비해 10초 늦게 움직이는 설정까지 더해 놀이가 이뤄졌다. SK텔레콤 신사업추진단 황은동 부장은 “아이들이 직접 규칙을 정하고 방법을 생각해내는 과정을 통해 문제해결력을 높일 수 있다”며 “자신이 문제를 풀어 로봇이 움직이는 것을 경험함으로써 지루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사물인터넷(IoT) 등이 발전하며 우리 생활 대부분의 영역에서 컴퓨터를 통해 유용한 정보를 얻고 예측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고 있다. 인문계와 예술계 등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분야에서도 소프트웨어(SW) 사용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통계학과 수학 등 방법을 써서 연구하는 분야에서 C언어(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7월 정부는 ‘SW중심사회’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러한 큰 목표 아래 지난 7월에는 SW인재 양성을 위한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SW교육 활성화를 위해 2018년부터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SW교육을 의무화하고 고등학교에서도 관련 과목을 심화선택에서 일반 선택 과목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기업 주도 SW 미래인재 교육 활발=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민간 주도 SW 교육은 과거부터 진행돼 왔다. 삼성전자는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2013년 8월부터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단순히 컴퓨터나 스마트기기만을 활용한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창의적 문제해결을 돕는 인문·예술 등 과정을 소프트웨어 언어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어린이용으로 개발한 교육 도구인 ‘스크래치’를 활용해 아이디어를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캐릭터의 동작(회전·움직임·방향), 소리, 형태, 연산 등을 마우스 클릭으로 ‘블록’으로 쌓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 휴대전화에 있는 빛, 소리 센서 등이 있는 센서보드를 활용에 빛에 따라 식물에 물을 주는 알람 등 창의력을 키우는 실습을 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2017년까지 4만명을 대상으로 SW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역시 SW교육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13년부터 ‘소프트웨어야 놀자’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어렵고 재미없다’ ‘특정인들만의 기술이다’라는 사회적 편견을 깨고 놀이와 같이 아이들이 쉽게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됐다. 네이버의 SW교육 특징은 해외 우수 SW 교육 콘텐츠 도입, 국내 콘텐츠 개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EBS와의 제휴를 통해 온라인 강의 프로그램, 미니 다큐멘터리 등을 제작해 방송 내용을 학생들이 직접 따라하며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지난 7월에는 영국 공영방송사 BBC가 5분 내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SW교육 콘텐츠를 한글화 해 제공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SW교육 활성화를 위해 전문 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8월 6∼7일, 13∼14일 2회에 걸쳐 세종시교육청 소속 교사들을 대상으로 ‘로봇 활용 코딩 교육’ 연수를 실시했다. SK플래닛은 지난 3월부터 초등학교 방과 후 교육을 진행할 학습 전담강사 양성과정을 통해 올해 말까지 1200명, 오는 2017년까지 3600명의 전담강사를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도 SW교육 교원을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선생님을 위한 소프트웨어 교실’을 통해 SW에 관심은 있지만 접할 기회가 부족했던 교사들에게 SW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SW교육에 흥미가 있는 현직 교사와 예비 교원들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에듀 페스트’를 지난 4월에 진행하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어떠한 교육을 진행할지 SW교육 아이디어만 제출하면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주고, 우수 계획서의 경우 사이트를 통해 모두 공개해 SW교육 확산을 돕는다는 취지다.

◇해외선 캠페인 통해 SW교육 확산=해외에서는 이미 정부와 비영리단체등을 중심으로 SW 교육이 자리를 잡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 국가 중 소프트웨어 교육이 가장 활성화된 나라로 꼽힌다. 2012년 8월 미국에서 설립된 비영리단체 ‘코드닷오알지(Code.org)’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잭 도시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 산업 유명 인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통해 소프트웨어 교육을 장려하는 동영상을 선보이기도 했다. 어린 아이들과 프로그래밍 입문자를 위해 만들어진 ‘코드의 시간(Hour of Code)’이 유명하다. 1주일에 1시간씩 코딩을 배우자는 취지다. 코딩이란 알고리즘 명령어(코드)를 통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 캠페인의 접속자는 올해 초 1억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영국은 지난해 ‘코드의 해(Year of code)’를 선포하기도 했다. 영국 초·중·고교에서 SW교육이 필수로 지정됐다. 2012년에 설립된 비영리단체 ‘코드클럽(Codeclub)’도 유명하다. 9∼11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 전문가가 방과 후 학교를 찾아가 직접 프로그래밍 교육을 실시한다. 영국 전체에 1970여개 코드클럽이 만들어져 있으며 3만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