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반농반X의 삶] “꿈의 귀촌, 농사와 일 반반 섞어라”

입력 2015-11-26 18:07

올해 ‘탈도시’ ‘탈직장’을 외치는 책이 꽤 많이 출간됐다. 하나의 테마나 트렌드를 이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일본 번역서에서 그 경향이 뚜렷한데, 이전에 나온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외에도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 ‘주말엔 시골생활’ ‘지방소멸’ 등 여러 권이다.

일본의 마을운동가 시오미 나오키가 쓴 ‘반농반X의 삶’ 역시 농촌생활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이 새로운 삶은 ‘농사 반, X반’으로 구성된다. 농사를 지어야 하므로 농촌생활이 기본이다. 그러나 전업농은 아니다. 농사는 ‘반’이기 때문이다. ‘농사 반’이 어떤 수준인가에 대해 저자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수준, 자신과 가족의 노동력만을 이용해서 지을 수 있는 수준, 주식이나 반찬을 자급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의한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건 ‘X’의 정체다. X는 일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며 그 결과물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일을 말한다. 그런 일이란 게 사람마다 다를 것이기 때문에 X로 표시했다. 예컨대, 농사를 지으면서 번역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삶은 ‘반농, 반번역’이 된다. 민박을 한다면 ‘반농, 반민박’, 간병인이라면 ‘반농, 반간병’으로 표시할 수 있다. “반은 자급적인 농업에 종사하고 나머지 반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병행하는 삶. 이것이 내가 주장하는 반농반X다.”

절묘한 타협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퇴직을 앞두고 있지 않더라도 많은 도시인들이 전원생활을 꿈꾼다. 또 회사를 벗어나 좀더 자유롭고 보람 있는 일을 하고자 모색한다. 그러나 농사나 시골 생활에 대한 두려움, 경제적 불안감 등이 번번이 주저앉히고 만다.

반농반X는 농사를 반으로 한정함으로써 전업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 또 농사 이외의 일을 나머지 반으로 제시함으로써 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주중엔 도시에서 지내고 주말 이틀은 시골에서 생활하는 방식을 제안하는 ‘주말엔 시골생활’도 구성은 다르지만 도시와 시골, 일과 농사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는다는 점에서 반농반X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반반’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럴듯한 이야기에 그칠 위험성도 있다. 무엇보다 적당히 일하면서 수입이 되는 X를 찾는 게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뺄셈의 생활’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은 윤리적인 삶이기도 하다. 회사 생활을 정리하고 1995년부터 고향인 교토 아야베 시에서 반농반X의 삶을 실험해온 저자가 여러 질문들에 답한다. 김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