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변해야 한국교회 에큐메니컬 운동 살아난다] <상> 그들만의 리그, 더 이상 안돼

입력 2015-11-25 20:37 수정 2015-11-25 21:26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위원회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위원회가 지난달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정부여당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위). 지난 9월 17일 NCCK 종교개혁위원회가 주최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심포지엄-한국교회 마르틴 루터에게 길을 묻다’ 행사 장면. 국민일보DB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개혁을 위해 마련한 헌장개정안이 23일 열린 NCCK 총회에서 논란 끝에 부결됐다. 지난해 총회에서 김영주 총무 연임을 놓고 논란과 갈등이 빚어진 이후 수습방안이 논의된 이날 총회까지 1년 동안 NCCK가 보여준 모습은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겨줬다. 국민일보는 각계 다양한 목소리를 토대로 한국 에큐메니컬 운동의 중심이었던 NCCK가 그 위상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해본다.

교계에서 NCCK를 바라보는 시선 중 하나가 ‘시대는 달라졌는데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한 중견 목회자는 25일 “NCCK가 종로 5가에 갇혀있다”는 말로 NCCK가 처한 현실을 진단했다. 1970∼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는 동안 NCCK는 한국교회의 살아있는 양심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김영삼 문민정부부터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NCCK 출신 인사들의 정치권 및 공직 참여가 줄을 이었다. 이는 NCCK의 대정부 및 대사회적 역할 설정에 곤란을 초래했다.

2008년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등 보수정권이 들어선 이후 NCCK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이와 무관치 않다. 주요 이슈마다 성명과 입장을 내놓곤 있지만 상투적인 논리와 표현만 가득할 뿐, 깊이도 울림도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 중도 성향의 목회자는 “한국 기독교에서 ‘NCCK’는 그 역사와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통전적인 논의를 끌어낼 역량을 갖고 있다”며 “그런데 과거 프레임, 과도한 진영 논리에 갇혀 있어 그 위상이 하락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현장에서는 한국교회연합이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보수성향 연합기관보다 사회적 영향력이 적다는 냉혹한 평가도 들린다.

과거 NCCK의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NCCK는 참여할 수 있는 단체도 아닐 뿐더러 아예 관심의 대상에서도 멀어져 있다. 한 30대 목회자는 “몇 해 전부터 복음주의 진영이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이슈나 교회세습 등 교계 내부의 문제를 신앙적 과제로 받아들이며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는 반면, NCCK는 에큐메니컬 진영의 목소리마저 다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해외교회의 지원이 끊어진 뒤 재정적으로 어려워지면서 회원교단의 입김이 강해진 것 역시 NCCK가 처해 있는 팍팍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시대를 관통해온 NCCK의 예언자적 소명과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한국교회연구원장 전병금(강남교회) 목사는 “제사장적 역할과 예언자적 사명 모두 중요하지만, 결국 NCCK가 바른 양심의 소리를 내면서 부패한 자본과 정권의 반대편에 서 있는 모습을 보여줄 때 한국교회와 사회 속에서 제 위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목소리가 일반 사회단체와 같아서는 안 된다. 기독교적 시각과 정신을 바탕으로 갈등과 대립의 양측을 아우를 수 있는 깊이 있는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그동안 소원했던 지역교회와의 연대도 강화해야 한다. ‘지역협의회’로 묶여 있는 지역교회들은 그동안 옵서버로 활동할 뿐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지 못했다.

조경열 아현감리교회 목사는 “NCCK는 한국교회의 역사와 미래를 고민하는 ‘그랜드 디자이너’로서 무엇을 해야 할 지 모색해야 한다”면서 “위원회별 프로그램을 교단 및 지역교회의 프로그램으로 연결할 수 있는 ‘링커’ 역할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예장통합의 한 목회자는 “과거엔 몇몇이 주도해서 신속하게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했지만 지금은 다르다”면서 “이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많은 지역교회들과 호흡하며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동안 ‘들러리’로 전락해있던 연합기관의 참여를 현실화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안팎에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한 연합기관 관계자는 “CBS와 YWCA 등 자금력과 조직을 활용할 수 있는 기관들을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며 “나아가 NCCK의 뜻에 동의하는 일반인들도 회비를 내고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구조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큐메니컬 진영 목회자들에게는 자기 교회도, 성도도, 대중도 없이 기관만 있다’는 말이 나오는 씁쓸한 현실을 이제는 극복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