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카고 경찰, 10대 흑인 총격 영상 공개… 폭동 우려

입력 2015-11-25 20:26 수정 2015-11-25 21:34
제이슨 반 다이크 미국 백인 경관(맨 왼쪽)이 지난해 10월 20일 도로 한가운데를 걷고 있는 10대 흑인 소년 라쿠안 맥도널드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왼쪽 사진). 맥도널드가 다이크로부터 16발의 총격을 받고 도로에 쓰러져 있다. 미 시카고 경찰은 24일(현지시간) 사건 당시 영상을 공개하고 다이크를 1급 살인혐의로 기소했다. AP연합뉴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24일(현지시간) 한 흑인 남성이 지난해 10월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10대 흑인 소년 라쿠안 맥도널드의 죽음을 항의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사건 영상이 공개된 이날 시위대 수백명이 경찰서 앞에서 도로를 막고 시위를 벌였다. EPA연합뉴스
미국 시카고에서 백인 경관이 10대 흑인에게 권총 16발을 발사한 동영상이 사건 발생 13개월 만에 공개됐다. 이에 경찰 공권력 남용을 항의하는 격렬한 가두시위가 시카고 도심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대형 폭동으로 비화될 기세다. 흑인 청년이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숨진 사건이 폭동으로 이어진 ‘퍼거슨 사태’나 ‘볼티모어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카고 경찰은 경관 제이슨 반 다이크(37)가 지난해 10월 20일 라쿠안 맥도널드(당시 17세)를 살해한 장면을 담은 영상을 24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이는 법원의 명령에 따른 것으로 검찰이 해고된 다이크를 1급 살인죄로 기소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이뤄졌다.

다이크는 당시 칼을 들고 경찰차 타이어를 긁던 맥도널드에게 발포했다. 경찰차 내부 카메라에 녹화된 영상을 보면 그는 맥도널드가 총에 맞아 쓰러지고 나서도 줄기차게 총알을 퍼부어 과잉 대응 논란이 일었다. 영상에는 도로 중앙선을 뛰어가던 맥도널드가 경찰차에서 내린 경관들이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는 것을 보고 몸을 돌리는 순간 총에 맞아 도로에 쓰러지는 모습이 담겼다.

다이크를 기소한 애니타 알바레스 검사는 다이크가 현장에 도착한 지 30초도 지나지 않아 총을 쐈다고 설명했다. 총격은 14∼15초간 이어졌고 이 가운데 13초 동안은 맥도널드가 이미 총에 맞아 도로에 쓰러진 뒤였다고 검찰은 강조했다.

다이크는 “맥도널드가 먼저 경찰을 공격하려 했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맥도널드가 총이 발사됐을 당시 경관들과는 4.6m 정도 떨어진 채 걷고 있었다는 점이 영상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목격자들도 맥도널드가 작은 칼을 갖고 있었지만 다이크에게 말을 걸거나 위협을 가할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넘은 시점이지만 흑인 청년이 무고하게 죽었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시위는 밤새 계속됐다. 수백명의 시위대는 “나도 라쿠안이다” “정의 없이 평화 없다” “16발”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카고 시내 미시간가 등을 거쳐 시카고 경찰서까지 행진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고 충돌 와중에 3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시카고시와 경찰은 당초 동영상이 공개되면 이 같은 소요가 일 것을 우려해 영상 공개를 반대했었다.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영상을 보면 시민들이 분노를 느끼고 시위를 할 만하다”면서 “그러나 대립의 장벽보다는 이해의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P통신은 비디오 공개와 관련, “흑인 청년의 피격 사망 사건이 있은 퍼거슨과 볼티모어에서의 소요 사태가 시카고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퍼진다”고 전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