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쟁 해결사 자처한 국세청 과장…법률상담 해주고 성공 시 12억 요구

입력 2015-11-25 18:56
타인의 부동산 소유권 분쟁에 끼어들어 ‘해결사’ 노릇을 해주는 대가로 12억원을 받기로 한 세무공무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국세청 과장 이모(54·4급)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씨는 부동산 관련 세무 업무를 주로 맡으면서 쌓은 노하우를 자신의 잇속 챙기기에 악용했다.

김모(60·여)씨는 2011년 5월 상속받은 대전 중고차 매매단지를 김광택 서라벌CC 회장에게 22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김 회장은 잔금을 치르는 동시에 소유권 이전을 요구했다. 그런데 김씨가 “220억원은 양도소득세를 낮추기 위한 다운계약에 불과하고, 실상은 420억원에 거래하기로 이면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김씨는 지인을 통해 국세청 재산세국 계장으로 있던 이씨와 연결됐다. 이씨는 그해 10∼11월 김씨와 접촉하면서 김 회장을 세무조사 등으로 압박해 부동산 소유권을 되찾는 방법에 대해 법률상담을 해줬다. 부동산 반환 구상을 담은 시나리오와 김 회장 관련 탈세 제보서 등도 작성해 건넸다. 이어 ‘성공 시 12억원을 지급한다’는 각서를 만들어 김씨의 서명을 받았다. 김씨는 활동비 1000만원도 이씨 지인 계좌로 송금했다.

그러나 이들의 계획은 실패했다. 얼마 뒤 실제로 김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가 진행됐지만 뚜렷한 탈세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검찰은 전했다. 압박 카드의 효용성이 없어진 것이다. 12억원 지급 약정도 없던 일이 됐다. 김씨는 이후 진행된 민형사상 소송에서도 졌다.

이씨는 다른 민원인 2명에게 세무조사 법률상담을 해주는 ‘부업’을 통해 모두 700만원을 챙긴 혐의도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