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트렌드는 무엇일까. 증권사들은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산업, 테러 등 지정학적 위험 증대로 규모가 날로 커지는 방위산업, 한국 미디어와 콘텐츠 상품의 다양한 융합을 뜻하는 한류4.0 등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환경·테러 문제 수혜주와 소프트파워 관련주 주목=한국투자증권은 “전기차·2차전지·태양광 등 친환경 산업에 대해 투자자들이 기대와 실망을 반복해 왔지만,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글로벌 공감대가 강해지고 있어 내년에는 친환경 산업 투자가 다시 각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신(新)기후변화 대응체계가 나온다면 친환경 산업 투자가 강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기차는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여파가 지속되는 상황에선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가장 많은 전기차가 판매되는 시장으로 떠올랐다”며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고효율의 한국 배터리 채택을 늘려가면서 LG화학과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수혜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리 테러 영향으로 최근 주요국 증시에서 공통적으로 방위산업 관련 기업 주가가 강세를 나타냈다. 추가 테러 공포가 여전한 상황에서 한국항공우주·LIG넥스원·한화테크윈 등 국내 방산기업들의 이익 추정치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테러 위험뿐 아니라 ‘동북아 신냉전’이라 불리는 한·중·일 갈등 관계도 방산주를 주목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글로벌 방산업체들은 성숙기에 접어든 반면 국내 업체들은 성장기에 진입했다”면서 “한국 방위산업의 성장기는 무기체계 국산화가 완료되는 2025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SK증권도 “국내 방위산업은 글로벌 패권 경쟁의 수혜를 받을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의 수출이 동남아·중동·남미 등 신흥국에 특화돼 있어 이 지역 정세 불안 시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경기 사이클과 무관하게 성장하는 산업으로 변모한 콘텐츠 산업도 주목해야 할 이슈다. 삼성증권은 “K드라마, 팝, 컬처(한류1.0∼3.0) 단계를 지나 미디어·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 및 관련 상품의 융복합화를 뜻하는 한류4.0은 2016년 한국경제의 분명한 성장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인프라 붐’ 가져올 이슈도 주목=NH투자증권 강현철 자산배분·글로벌전략부장은 “내년 하반기에는 세계 인프라 사이클이라는 플러스알파에 주목해야 한다”며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유럽 융커플랜은 저성장에 갇혀 있는 세계 경제를 끌어올릴 중요한 변수”라고 소개했다. 일대일로는 유라시아 대륙을 아우르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며, 융커플랜은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이름을 딴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다.
강 부장은 두 번째 인프라 사이클로 일본의 ‘아베노림픽스’(아베노믹스+올림픽)를 지목했다. 아베노림픽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개최 효과로 탄력 받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낙후된 사회간접자본(SOC) 교체를 비롯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어서 상당한 경기 부양 효과가 예상된다.
이 밖에 올해부터 주목받은 핀테크(금융+IT) 서비스, 한미약품을 필두로 글로벌 시장 진출이 본격화된 바이오 산업,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몸에 착용하는 형태의 IT 기기를 뜻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도 내년에 각광받을 이슈로 꼽혔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증권사들이 꼽은 핵심 키워드·이슈들] 내년 증시 ‘아베노림픽스’ 등 주목
입력 2015-11-26 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