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먼저 떠난 아내 추억해주세요”… 미국 울린 한국계 남편 ‘편지 100통’

입력 2015-11-25 20:20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보조행정담당관으로 일하는 한국계 미국인 이형씨가 아내가 살아 있을 때 함께 찍은 가족사진. 이씨는 20일(현지시간) 아내의 1주년 기일을 맞아 둘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행인들에게 나눠줘 화제가 됐다(작은 사진). 이형씨 페이스북

“우리 둘은 같이 낯선 음식도 먹어봤고요, 낯선 러시아 연극도 봤지요. 그럼… 이제 우리 입 맞추면 어색할까요?”

지난 20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한 소도시 길거리에서 한 남성과 두 아이가 가방에서 편지를 꺼내 행인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편지에는 연인이 나눌 법한 사랑스러운 대화가 가득했다.

최근 미국 주간 피플 등 외신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보조행정담당관으로 일하는 한국계 미국인 이형씨의 사연을 전했다. 지난해 15년을 함께한 아내 캐서린 장가를 암으로 잃은 이씨는 지난 20일 아내의 1주년 기일을 맞아 100통의 편지를 딸 안나(10)와 아들 알렉스(7)와 함께 행인들에게 나눠주며 아내를 기렸다.

50통은 이씨의 시점에서, 나머지 50통은 아내의 시점에서 쓰인 이 편지들은 대부분 부부가 생전 함께 나눴던 대화로 구성됐다. 이씨는 이 편지들을 나눠주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편지를 건네 달라”고 권했다.

이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내와의 추억을 담은 페이스북 페이지와 편지를 볼 수 있는 홈페이지를 열었다. 또한 ‘#100LoveNotes’(100통의 연서)라는 해시태그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아내와의 사랑을 알렸다.

이씨는 피플과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죽기 전) 가장 두려워한 게 잊혀진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잊혀지지 않았다는 걸 아내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심정을 전했다. 이어 “(아내를 잃은) 내게는 늦었을지 모르지만, 여러분에게는 아직 늦지 않았다”며 “편지를 읽은 이들이 주변 소중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의 부인 캐서린은 생전 공익 변호사이자 지역 검사로 지역사회에서 일했다. 이씨 역시 한국계로 흔치않게 수도 워싱턴DC 등에서 1995년부터 공직에서 일하고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