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과 새정치연합은 운명공동체”… 문재인 대표 광주 찾아가 ‘참여정부 호남 홀대’ 해명

입력 2015-11-25 20:43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가 25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식에 참석했다가 황교안 국무총리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5일 광주를 찾아 “호남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운명공동체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노무현 정부의 ‘호남 사랑’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이 김영삼(YS) 전 대통령 ‘조문 정국’에서 부산·경남(PK)을 향한 구애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PK 출신인 문 대표가 당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호남홀대론’을 반박한 것이다. 영호남 민주화 세력의 연대를 복원해 내년 총선에서 승기를 잡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문 대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식 축하메시지에서 “정권교체를 통해 호남의 꿈을 되살릴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는 “민주주의와 국가의 운명을 걱정하는 여러분들에게 우리 당이 보여드릴 것은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에 대한 확신”이라며 “혁신을 통해 단합하고 반드시 승리하겠다. 우리 당이 제대로 혁신한다면 광주시민들께서 다시 전폭적인 지지를 보여주실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특히 짧은 메시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다섯 번이나 언급하며 호남을 향한 참여정부의 애정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문화전당은 호남에 대한 애정과 국가균형발전의 철학이 남달랐던 노 전 대통령이 시작했고, 저와 새정치연합은 지난 10년 광주시민들과 함께 개관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또 나주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KTX 호남선의 조기 착공, 여수엑스포 유치 등을 언급하며, 참여정부 ‘호남홀대론’을 반박했다. 문 대표는 개관식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노 전 대통령이 함께 계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한다”며 “지금 정부와 새누리당은 크게 성의가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YS ‘조문 정국’에서 노 전 대통령의 ‘호남 사랑’을 강조한 것은 영호남 민주화 세력의 연대를 복원하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호남에서는 참여정부 호남 홀대론이 퍼지면서 ‘비노(비노무현) 여론’이 심상찮다. 문 대표의 지지율이 추락했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문 대표 측은 “YS 서거를 계기로 영호남 민주화 세력이 구원을 털어내고, 3당 합당 이전의 단결 정신을 복구시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YS 빈소에서 “(경남)중·고교 선배이시면서 (경남 거제) 동향 선배이고, 민주화 운동의 인연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내년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문 대표 입장에서 PK는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다. 대구·경북(TK)은 박정희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보수의 아성이지만, PK는 여전히 야성이 강하다. 2012년 총선 당시에도 문 대표는 2012년 대선부터 YS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공을 쏟았고, YS 차남 현철씨는 사실상 문 대표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문 대표가 호남과의 ‘공동 운명’을 강조한 것은 YS 재평가가 자칫 호남 민심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민주주의자 YS'를 예찬하고 있지만 호남을 중심으로는 3당 통합을 한 YS에 대한 앙금이 여전하다. 한 재선 의원은 “YS가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의 한 축이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3당 통합은 한국 정치를 후퇴시켰다는 지적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지난 9월 당 대표실 현수막에 YS 사진을 DJ 사진보다 상단에 배치했다가 의원들 사이에서 “누가 당의 주인이냐”는 반발이 터져 나온 적도 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