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질병에 걸린 직원들이 발병 원인과 상관없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보상 신청을 받아봐야 정확한 인원이 나오겠지만 대상자는 수백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산업보건검증위원회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SK하이닉스 사업장에서 일하다 질병을 얻은 경우라면 원인과 상관없이 보상을 받도록 하는 ‘포괄적 지원보상체계’를 SK하이닉스 측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즉시 이를 수용해 임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까지 보상키로 했다.
위원회는 SK하이닉스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외부 인사 7명(산업보건 전문가 5명, 시민단체 관계자 1명, 법률 전문가 1명)으로 구성돼 지난 1년간 SK하이닉스 사업장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은 작업장 환경과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밝히지는 못했다.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물질 중 151개를 조사, 발암물질 등이 일부 노출되는 것을 확인했으나 노출 기준에는 현저히 낮은 농도였다. 위원회는 특히 시설이 비교적 낙후된 청주공장을 집중적으로 조사했지만 과거에 유해물질 노출이 어느 정도였는지 재현하거나 판단할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질병과 작업환경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히지 못했음에도 보상을 제안한 것은 직장에서 일하다 암에 걸렸다면 사회가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장재연(사진)아주대 교수는 “인과관계를 따지면서 불치병에 걸린 사람을 방치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인과관계는 유보해야 하지만 대상자에게는 보상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보상 범위는 반도체 관련 산업재해가 인정된 질병이나 명확한 인과관계는 아니더라도 해외에서 가능성이 높게 지적된 병 등이 모두 포함된다. 위원회는 “산재보험은 인과관계를 따지게 되는데, 암 같은 병은 근본적으로 규명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젊은이가 암에 걸렸을 때 인과관계를 따지다보면 몇 년이 걸리고 이 과정에서 사회에서 낙오될 수 있다”고 산재보험에 사각지대가 있음을 지적했다.
SK하이닉스는 자료를 통해 “이른 시일 내 노사와 사외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적 지원보상위원회를 결성하고 관련 질병 지원·보상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작업장 근무 환경도 개선키로 했다. SK하이닉스는 화학물질 관리방법 등 작업환경 분야와 사내 조직 신설 및 복지제도 개선 등 안전보건과 관련해 검증위의 개선안을 수용키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이천과 청주 사업장을 기준으로 안전보건 관련 투자를 1230억원 집행했는데, 이를 해마다 10% 늘리기로 했다. 2017년까지 앞으로 3년간 총 4070억원을 안전보건 관리 및 시설 강화에 투입하고 상시 안전점검도 강화할 계획이다. 또 현재 40명 수준인 안전 관련 전공 인력을 2016년까지 80명 수준으로 늘려 상시 안전점검을 시행할 방침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SK “반도체·직업병 인과관계 없어도 폭넓게 보상”
입력 2015-11-25 2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