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조문정국’이 26일 오후 국가장(國家葬) 영결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정계 원로와 수많은 현역 정치인들이 빈소에서 만나 과거를 회상하며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지도자로서 강점은 수없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과 차기 대선주자들, 국회의장단과 여야 지도부는 새삼 부각된 그의 정치철학을 현실정치에 발전적으로 활용해나가야겠다. 특히 실종되다시피 한 대화정치를 복원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때다.
김 전 대통령은 설득의 정치, 소통의 정치, 경청의 정치를 몸소 실천했다. 야당 시절 자신이 공천한 노무현 의원이 대여 온건 노선에 불만을 표시하며 잠적했을 때, 핵심 측근인 최형우 의원이 3당통합 불참을 고집할 때 그는 애정을 갖고 끈질기게 설득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 재임 당시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는 야당 총재와의 영수회담을 통해 정치적 결단을 이끌어냈다. 장관이나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더라도 거리낌 없이 수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금 박 대통령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선 이런 리더십을 찾아보기 어렵다.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제압하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조문정국 와중에 국회, 특히 야당을 향해 직무유기 운운하며 돌직구를 날린 것은 대화정치를 아예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문 대표를 청와대에 따로 부르든지, 아니면 문 대표 집무실을 직접 방문해 일대일 담판을 시도하는 것이 국회 협조를 받아내는 데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문 대표와 안철수 의원 간 갈등과 반목도 볼썽사납긴 마찬가지다. 협상을 통해 풀 생각은 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여론전만 펼치고 있으니 전통적 야당 지지자들조차 등을 돌리는 형국이다.
김 전 대통령은 널리 인재를 등용했다. 신한국당의 15대 총선 승리를 위해 자신과의 갈등으로 불과 4개월 만에 경질했던 이회창 전 국무총리를 중앙선대위원장에 기용한 것은 포용 인사의 대표적 케이스다. 과거에 그를 반대했던 민정계 출신은 말할 것도 없고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 같은 진보 성향 인사도 과감하게 기용했다. 포용 인사는 지금 박 대통령에게 긴요하다. 임기 중반을 넘기면서까지 수첩에 적힌 ‘내 사람’을 고집하는 것은 국가는 물론 박 대통령 자신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김 전 대통령의 약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머리는 빌리면 된다’며 관심이 덜한 경제 문제를 관료들에게 전적으로 맡겼다가 외환위기를 초래한 것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군사·외교·경제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결단력뿐만 아니라 다방면적인 지식과 세심함까지 갖춰야 한다.
[사설] 떠나는 YS, 소통과 대화정치 실종을 아파할 터
입력 2015-11-25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