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지난 9월 양도소득세 9억원을 내지 않은 서모씨가 부동산 경매로 배당받은 자금을 세탁해 현금으로 숨겨놓았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서씨 부인 명의로 된 전원주택 앞에서 며칠간 잠복하던 국세청 조사관들은 서씨가 나타나자 경찰의 도움을 받아 집안에 진입했다. 집안 곳곳을 살피던 조사관들은 부엌에서 재래식 가마솥이 놓인 부뚜막 아래 아궁이 안쪽에서 검은 물체를 발견했다. 잿더미 속에서 끄집어낸 검은 가죽가방 속에는 5만원권 등 우리 돈 5억원, 100달러짜리 등 외화 1억원어치 지폐 뭉치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국세청은 은닉 현금을 전액 체납세액으로 징수했다.
부가가치세 43억원을 체납한 전북의 한 골프장이 체납처분을 피해가기 위해 그린피를 현금으로 받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국세청은 골프장 이용객이 몰리는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에 클럽하우스 사무실을 기습 점검했다. 사무실 금고에는 현금 2억원이 쌓여 있었다.
국세청은 25일 신규 고액·상습체납자 2226명의 명단을 홈페이지(nts.go.kr)와 전국 세무서 게시판에 공개했다. 공개 대상은 5억원 이상 국세를 1년 이상 체납한 자로 이들의 총 체납액은 3조7832억원이었다. 공개된 정보는 체납자의 성명과 상호, 나이, 직업, 체납액의 세목과 납부기한, 체납 요지다. 종전에 공개된 체납자는 이번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개인 중에는 방위산업체 블루니어 전 대표인 박기성(54)씨가 법인세 등 276억원을 체납해 1위에 올랐다. 공군 하사관 출신인 박 전 대표는 실제 수입하거나 구입하지 않은 부품으로 공군 주력 전투기를 정비한 것처럼 꾸며 2006∼2011년 243억원의 정비 예산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 7월 1심에서 징역 6년에 벌금 30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인 중에는 씨앤에이취케미칼(대표 박수목)이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3가지 세목에서 490억원을 체납해 1위에 올랐다.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사업을 맡았던 ㈜파이시티와 ㈜파이랜드는 총 313억원을 체납해 공개대상에 포함됐다. 파이시티는 9만6000㎡ 부지에 3조원을 들여 오피스빌딩, 쇼핑몰, 물류시설 등 복합유통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기획됐지만 이명박 정부 실세가 연루된 사업 인허가 청탁비리가 드러나며 결국 좌초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고액·상습체납자 2226명 명단 공개, 부엌 아궁이에 ‘6억 돈다발’… 골프장 금고에 ‘2억’
입력 2015-11-25 18:37 수정 2015-11-25 1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