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책표지만 바꿔 업적 부풀린 교수들 제정신인가

입력 2015-11-25 17:39
지난 7월 서울대 공대는 100쪽이 넘는 두툼한 반성문을 썼다. 24년 만에 낸 백서에는 자기반성이 가득했다. 요지는 교수들이 연구의 질보다는 단기간에 보이는 양을 중시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교수와 대학 평가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절실하다고 끝을 맺었다.

백서대로 적지 않은 대학 교수들은 양에 집착한 나머지 연구실적 부풀리기, 표절 등도 서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것도 모자라 남이 쓴 책을 표지만 바꿔서 출판하는 일명 ‘표지갈이’로 전공서적을 펴내거나 이를 묵인한 교수들도 있었다. 검찰에 적발된 교수만 50여개 대학 200여명이다. 국공립 대학과 서울의 유명 사립대도 포함돼 있다. 이공계열 학회장과 언론 등에 알려져 유명해진 교수들도 있다.

충격적인 것은 원 저자-허위 저자-출판사가 ‘검은 삼각 커넥션’으로 연결돼 있었다는 점이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저자는 출판사 확보나 돈이 궁해서, 허위 저자는 연구실적을 부풀리려고, 출판사는 전공서적의 재고 처리를 위해 ‘짬짜미’를 했다. 조직적으로 공모해 집단 사기 행각을 벌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그것도 학문적 양심을 최후 보루로 삼아야 할 교수들이 이런 범죄행위를 자행했다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역겨운 거래가 30년 동안 횡행했다니 그저 경악할 따름이다.

이번에 적발된 교수의 99%가 이공계 전공이며, 서적은 기초과학 분야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나라의 미래는 기초과학, 이공계 육성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연구에 매진해 무에서 유를 창조해도 모자랄 판에 책 표지만 바꿔 실적으로 둔갑시킨 교수들 밑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배웠을까 걱정이다. ‘책 도둑’ 교수들은 대학사회에서 즉각 퇴출시키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 서울대 공대 백서에서 지적했듯 이참에 부풀리기를 양산하는 교수 평가제도의 전반적인 개혁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