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처럼 읽는 쉬운 성경… 말씀이 쏙쏙

입력 2015-11-26 19:46 수정 2015-11-26 21:00
운보 김기창 화백이 그린 ‘예수의 생애’ 중 ‘아기 예수의 탄생’.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그는 예수와 당시 등장인물, 배경을 모두 한국인과 한국 복식, 배경으로 바꾸어서 성경의 내용에 따라 29점을 그렸다. 국민일보DB
이 책은 소설을 읽듯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스토리 성경이다. 기존의 성경이 지니고 있는 ‘몇 장 몇 절 표기’가 따로 없다. ‘장’은 머리 부분 좌우 쪽 번호 앞과 뒤에만 표시했다. ‘절’은 아예 없다. 예를 들어 마태복음(13∼92쪽)은 ‘예수님의 족보’로 시작해 ‘예수님의 탄생’ ‘동방박사들이 예수님을 찾아옴’…‘제자들의 사명’ 등 140여개 작은 이야기로 구성됐다.

기존의 장, 절에 익숙한 기성세대들은 낯설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성경의 사본에는 원래 장과 절이 따로 없었다고 한다. 이찬수(분당 우리교회) 목사는 이 책의 서문에서 “장, 절은 어느 부분을 쉽게 찾기 위해 후대에 삽입한 것”이라며 “숫자 구분이 없다보니 성경 말씀이 쉽게 읽히고 이해가 잘 된다”고 밝혔다.

성경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130년 전 기독교가 전파되었던 초기에는 성경을 읽기 위해 글을 깨우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 한국 근대 사회의 문맹률 퇴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성경을 읽으면서 민족의 고통을 이겨내고 해방을 갈구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성경을 통독하고 필사하며 큐티도 하고, 성경구절을 암송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이들이 성경을 ‘주술적’으로 읽는다는 것이다. 김형국 나들목교회 목사는 “성경 전체는 물론이고, 성경이 전하고자 하는 ‘사상’을 이해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축복이 되는 말씀, 또는 약속의 말씀만 찾아 읽기도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목사는 또 “성경을 읽으며 마음의 위로와 축복을 기대하면서 전체의 뜻을 찾기 보다는 이해가 되는 몇몇 구절에만 집중 한다”며 “성경 전체를 이해하는 일을 불가능한 것으로 믿기까지 한다”고 밝혔다.

성경은 모든 글이 그렇듯이, 우리에게 어떤 사상을 전하고 있다. 하나님의 세상을 향한 놀라운 사상,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의 사상이 성경 속에 가득 들어 있다. 이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성경을 통째로 읽어야 하는데, 우리가 가진 성경이 늘 읽어내기가 쉽지가 않았다.

성경 자체가 수천년 전에 기록된 것이라는 근본적인 이유 말고도, 번역 자체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고, 거기에 편리를 위해서 사용된 장, 절의 구분이 성경을 전체로 읽고 누리는 것을 오히려 방해하기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어린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성경은 ‘옛날 옛적 먼 옛날에’로 시작해 ‘마침내 새로운 세상이 오게 되었단다’로 끝을 맺는 장대한 내러티브(이야기)이다.

예수님도 그의 지상사역 기간 중에 주로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 나라에 대해 가르쳐 주었다. 그의 설교는 주로 비유 이야기였다. 류호준(백석대 신학대학원 구약학과) 교수는 “훗날 신학자들은 성경의 이야기를 교리적으로 체계화시키려 노력하였지만, 성경의 원 자료는 이야기다”면서 “이런 의미에서 이야기 성경은 장, 절 구별 없이 읽기 좋게 잘 흘러가는 시냇물과 같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책은 성경을 통시적으로 읽고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어린이는 물론, 청소년과 청년 대학생들, 초신자 등에게 크리스마스 선물 목록으로 추천할만하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