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 ‘통일정’ 세웠다… “독일 통일을 한반도의 현실로” 염원 담아

입력 2015-11-25 20:49
분단과 통일을 상징하는 독일 베를린 포츠담광장에 25일(현지시간) 한국식 정자 ‘통일정’이 들어섰다. 창덕궁 낙선재의 ‘상량정’과 똑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염원하고 있다.
베를린 한 시민이 ‘통일정’에 올려질 기왓장에 통일염원 메시지를 쓰고 있는 모습.
독일 베를린 포츠담광장은 옛 동독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1960년 콘크리트 장벽이 들어선 후 탈출과 감시의 공간으로 변했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43㎞의 장벽이 1989년에 무너지고 이듬해 통일이 되자 포츠담광장은 평화와 통일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이곳에 한국식 정자가 들어섰다. 독일 통일의 기운을 받아 한반도 통일을 염원하는 ‘통일정’이다.

25일 오전 11시(현지시간) ‘통일정’ 준공식이 성황리에 열렸다. 국악과 재즈 연주로 흥을 돋운 행사에는 로타 드 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 디터 코슬릭 베를린 영화제 집행위원장, 헤르만 파칭어 프로이센 문화재단 이사장, 하르트무트 코쉭 한독의원친선협회장 등 각계 인사 300여명이 기왓장에 통일 기원 메시지와 영상 축사를 보내거나 직접 참석했다.

독일 통일 25주년과 한국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건립된 ‘통일정’은 창덕궁 낙선재의 ‘상량정’과 똑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제작됐다. 강원도 화천군이 운영하는 화천한옥학교에서 우리 소나무를 재료로 제작한 다음 선박으로 운반해 베를린 현지에서 조립하고 단청을 마무리했다. ‘통일정’ 현판은 서예가 정도준씨가 쓰고, 김각한 무형문화재 각자장 보유자가 글씨를 새겨 넣었다.

통일정이 완공되기까지 3년이 걸렸다. 주독일 한국문화원(원장 윤종석)이 2012년 통일정자 건립을 구상했으나 베를린 시의 승인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포츠담광장의 중심에 위치해 광장 원형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는 데다 정자 아래 각종 배선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분단을 넘어 통일을 기원하는 정자’라는 설득 끝에 갖가지 난제를 해결하고 지을 수 있었다.

이경수 주독일 한국대사는 인사말에서 “포츠담광장은 전쟁과 분단의 고통, 이를 극복하고 이루어낸 통일, 성공적인 재건과 통합 모두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역사적인 장소”라며 “이곳에 세워진 통일정자는 광복 70주년과 분단 70년의 현실을 안고 있는 우리에게 독일의 통일을 한반도의 현실로 이어가자는 소망과 의지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옛 베를린 장벽 세 블록을 구입해 통일정 안내표지판으로 세웠다.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통일염원을 적은 문구에 관심을 보였다. 통일정은 이후 한글서예 시연과 차 시음회 등 한국문화를 알리는 장소로 활용된다. 건립비용은 총 4억원이 들었다. 문화원 측은 “포츠담광장 주변의 경제적 수익을 근거로 통일정의 광고효과는 하루에 약 10만 유로(1억2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베를린=글·사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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