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美, 이전해 줄 것’ 장밋빛 예단… 美, KF-X 21개 기술 수출 협상서 난색 표시 안팎

입력 2015-11-24 22:05

미국 정부가 능동주사(AESA)레이더와 적외선탐색추적장비(IRST) 등 4개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한 데 이어 나머지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일부 이전대상 기술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한 것은 ‘미국무기거래규정(ITAR)’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ITAR은 미국이 지닌 군사기술을 등급별로 나눠 수출이 가능한 수준과 국가를 규정해 놓고 있다. 기술격차를 통해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유지한다는 게 미국의 기본적인 스탠스이다. 그만큼 미국은 엄청난 연구개발비와 긴 시간을 투자해 개발한 군사기술 이전에 상당히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항공산업 기술은 더더욱 이전을 잘 안 해준다. 이미 기술이전을 거부한 4개 핵심기술은 미국이 어느 우방국에도 전수하지 않은 기술들이다.

이런 미국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방위사업청이 ‘미국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기술이전을 해 줄 것’이라는 장밋빛 예단을 해 매번 엇박자를 낳고 있는 셈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미국이 우리가 F-35 40대를 사준다는 이유로 첨단기술을 선뜻 이전해주리라 기대한 것은 순진한 자세”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한국형 전투기가 궁극적으로는 차세대 전투기 F-35에 대응하는 전투기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사청이 요구하는 기술 가운데는 한국형 전투기가 목표로 하는 것보다 높은 수준의 것들도 있다. 미국으로서는 한국이 F-16보다 조금 더 성능이 개량된 미들급 전투기를 만든다고 해놓고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에서 진행된 기술이전 협의에서 한국형 전투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기로 한 록히드마틴 측은 한국이 원하는 기술수준을 세분화해 구체적으로 제기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이 이전을 요구한 21개 항목으로 분류된 기술도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수십개에서 수백개 하부항목으로 분류된다. 이에 대한 정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미국이 이전하기 힘들다고 한 쌍발엔진 체계통합 기술이나 세미 스텔스 기술 역시 첨단기술에 속한다. 방사청은 추가협의를 통해 이전이 가능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쌍발엔진 체계통합 기술은 엔진과 동체를 연결하는 것이어서 이전받지 못할 경우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방사청은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이전받겠다는 입장이지만 협상과정에 난항이 예상돼 2025년까지 양산에 들어갈 준비를 갖추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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