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복면시위는 못하도록 해야 한다. IS(이슬람국가)도 지금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얼굴을 감추고서….”
박근혜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열흘간의 다자외교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불법 폭력시위 엄단, 대테러 대응 카드를 꺼내들었다.
각종 입법 현안의 국회 장기 계류 속에서 폭력시위가 이어질 경우 각종 개혁과제 이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불법 폭력시위가 “국민을 불안에 몰아넣고, 국가경제를 위축시키며 국제적 위상을 떨어뜨린다”고 규정했다.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 강행군과 김영삼(YS)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이처럼 강경발언을 쏟아낸 데는 국정 운영의 절박감이 반영된 것이란 시각이 많다.
박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예정에 없던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당초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재할 차례였으나 전날 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 의사를 밝히면서 장소도 청와대로 바뀌었다. 박 대통령은 “오늘 예정에 없던 국무회의를 긴급히 소집한 이유는 이번 순방 직전과 도중 발생한 연이은 테러로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고, 어느 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는 급박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테러방지법, 통신비밀보호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을 거론한 뒤 “각국은 테러 방지를 위한 선제적인 대책들을 세우는 반면 우리나라는 테러 관련 입법이 14년간이나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 법안을) 국회가 처리하지 않고 잠재우고 있는데 정작 사고가 터지면 정부를 비난한다”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정부만의 책임이 아니다. 정치권 전체가 국민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13분간 이어진 모두발언을 통해 격정적인 어조로 테러 문제, 불법시위 대처, 경제·노동 개혁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쏟아냈다. 또 “국회가 다른 이유를 들어 경제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 그것은 직무유기이자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도 했다. 노동개혁·경제활성화 법안 등의 각종 입법 지연사태를 거론하며 국회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아울러 “백날 우리 경제를 걱정하면 뭐하느냐”며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도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비공개로 전환된 회의에서 김현웅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불법시위 및 테러대응 보고를 받은 뒤엔 “우리 속담에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며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고 최선의 노력을 해야지, 희생이 엄청나게 벌어지고 나서는 소용이 없다”고 했다. 김 장관은 “외국에서도 소위 ‘복면시위’를 제한하는 입법례가 다수 있고, 우리나라도 이러한 입법적 개선을 논의할 단계가 됐다”고 보고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다시 한번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를 표시했다. 박 대통령은 “갑작스러운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경황없이 조문을 다녀왔다. 고인이 마지막 길을 편안하게 가실 수 있도록 행정자치부는 장례식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IS도 얼굴 감춰… 복면시위 금지해야”… 朴 대통령, 예정에 없던 국무회의 주재하며 강경 발언
입력 2015-11-24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