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근로자 임금 올리는 日… 근로자에 돈 쓰라는 韓

입력 2015-11-25 05:02

이웃 나라 일본에서 아베노믹스(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경제정책)가 기업의 임금 인상을 이끌어내고 있다. 최노믹스(최경환 경제팀의 경제정책)는 가계 소득을 늘려 경제를 살리겠다며 출범한 이후 8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률 합의를 끌어내는 등 성과를 이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소득을 크게 상승시키지 못하고 결국 정책 방향을 소득 증가에서 소비 진작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다.

아베 정권의 강력한 임금 인상 압박에 일본 기업들이 반응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일본 경영자 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은 내년 봄 임금 협상에서 기본급을 인상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아베 총리의 요구를 재계가 받아들인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6일 정부 당국자들과 경제단체장 등이 참석한 관민대화에서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경제의 선순환은 실현되지 않는다”며 “산업계는 제대로 임금 인상에 임해 달라”고 촉구했다. 금융완화, 재정지출 확대 등 경제 정책이 ‘약발’이 떨어져가면서 소득 주도 성장을 다음 경제 정책으로 택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최저임금을 매년 3%씩 올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취임 초기 경제성장을 위해 가계 소득을 증가시키겠다는 경제정책 방향을 밝혔다. 근로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등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라는 결과물을 내놓기도 했다. 이 중 근로소득 증대세제는 기업이 최근 3년간 임금 증가율보다 더 높게 임금을 올릴 경우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근로자의 소득을 늘려 소비를 진작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또 2007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 시급 인상률(8.1%)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1년이 넘은 현재 최노믹스의 가계 소득 증대 정책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진 않다. 유병삼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4일 “지난해 이후 가계 소득이 크게 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평가했다. 올 상반기 임금상승률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상용직의 임금은 2.3%, 임시직의 임금은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상용직의 경우 크게 는 것도 준 것도 아니며, 임시직은 2013년 임금이 5.2% 증가한 것에 비하면 오히려 임금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다.

가계 소득을 늘려 경기를 살리겠다는 정책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서 최노믹스의 방향도 바뀌었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개별소비세 인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등 소비 진작책을 잇따라 내놨다. 소득은 한정돼 있는데 소비만 늘릴 경우 빚을 미리 당겨쓰는 ‘가불(假拂)경제’의 악순환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폈지만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지는 등 사실상 실패하면서 마지막 실탄인 소비 진작으로 경제정책의 초점이 변화했다”고 평가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