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프로야구 시상식] 최초 ‘40-40’ 테임즈의 ‘코리안 드림’… 홈런왕 박병호 제치고 MVP

입력 2015-11-25 05:00
NC 다이노스의 외국인 선수 에릭 테임즈가 24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신인선수 및 부문별 시상식에서 MVP에 선정되자, 경쟁자였던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가 꽃으로 만든 왕관을 씌워주고 있다. 연합뉴스
신인왕을 받은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이 수상 소감을 말하는 모습.
NC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 그저 그런 선수였다. 2011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빅리그 무대를 처음 밟았지만 백업 선수에 불과했다. 이후에는 마이너리그를 전전했다. 그런데 2013년 NC가 그를 눈여겨보고 한국으로 데려왔다. 테임즈는 두해 만에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으며 ‘코리안 드림’을 이뤘다.

◇기록의 사나이 테임즈=테임즈는 24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신인선수 및 부문별 시상식에서 MVP를 수상했다. 프로야구 기자단 투표 결과 테임즈는 총 유효표 99표 중 50표를 얻어 44표에 그친 라이벌 박병호(넥센)를 간발의 차로 제쳤다. 양현종(KIA)은 5표를 받았고, 에릭 해커(NC)는 단 한 표도 얻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가 정규리그 MVP에 오른 건 1998년 타이론 우즈(OB), 2007년 다니엘 리오스(두산)에 이어 세 번째다.

테임즈는 올 시즌 47홈런과 40도루를 기록해 프로야구 최초로 ‘40-40클럽’에 가입했다. 일반 선수는 평생 하기 힘든 사이클링 히트(한 경기에 홈런·1루타·2루타·3루타를 치는 것)도 한 해에 두 번이나 해냈다. 또 타율(0.381)과 장타율(0.790), 출루율(0.497), 득점(130개) 등 타격 4개 부문에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테임즈는 “한국 스타일의 야구를 배우려고 노력했다. 한국 투수들을 보며 공부했다”며 “내년에는 50홈런을 목표로 하겠다. 내년에도 MVP를 다시 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테임즈는 “한국에 더욱 적응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최근 한국어 공부책 3권을 더 샀다. 지금까지는 어린아이처럼 단어만 나열해서 말했는데, 이제는 문법에 맞게 말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박병호도 충분히 MVP 자격을 갖췄다.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을 날렸고 4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다. 타점 부문에서도 한 시즌 최다기록(146개)을 세웠다.

시상식에서 테임즈의 머리에 꽃으로 만든 왕관을 씌워준 박병호는 “테임즈와 누가 MVP가 되는 머리에 씌워주자고 약속했다”면서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대화를 많이 했다. 서로의 타격 폼이나 어떤 운동을 하는지도 물어봤다. 테임즈가 워낙 잘했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축하한다”고 박수를 보냈다.

◇최고의 신인은 구자욱=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왕의 영광은 삼성의 신예 구자욱에게 돌아갔다. 구자욱은 유효표 100표 중 60표를 얻어 김하성(넥센·34표)과 조무근(kt·6표)을 제쳤다.

구자욱은 중고 신인이다. 2012년 입단했으나 1군 무대에는 진입하지 못하고 2013년 입대했다. 올해 팀에 복귀한 구자욱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류중일 감독의 ‘비밀 병기’로 화제를 모았다.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구자욱은 타율 0.349, 11홈런, 57타점, 17도루를 기록했다. 생애 처음 밟은 1군 무대에서 타율 3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2011년 배영섭 이후 4년 만에 신인왕을 배출했다. 삼성은 구단 사상 6번째 신인왕을 만들어내며 두산, 현대와 함께 신인왕 배출 1위 구단이 됐다.

한편 해외 원정 도박 의혹을 받고 있는 임창용(구원)과 안지만(홀드·이상 삼성)은 시상식에 불참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