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큰 것’ 노래, 하지만 쓸쓸함은 여전… ‘작은 것’ 지향 틀 깬 일렉트로닉 듀오 캐스커

입력 2015-11-24 20:45

‘여름보다는 겨울의 정서, 낮보다는 밤의 이야기, 거시적인 담론보다 내면의 목소리.’

일렉트로닉 듀오 ‘캐스커’의 이준오(프로듀싱·DJ·사진 왼쪽)가 말하는 캐스커의 음악은 이렇다. 차가운 전자음, 잘 짜여진 선율에 감성적인 가사를 부르는 청아한 목소리(보컬 융진·오른쪽)가 더해지면서 완성되는 캐스커는 오랫동안 ‘심장을 가진 기계 음악’이라고 해석됐다.

캐스커가 3년의 공백을 깨고 7집 ‘그라운드 파트 원(Ground part one)’을 지난달 발표했다. 조금 다른 색깔로 돌아온 캐스커를 24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앨범은 이준오의 아이슬란드 여행이 모티브가 됐다. 그는 지난해 10월 홀로 아이슬란드에서 3주를 지냈다. “지금까지는 알 듯 말 듯 알 수 없는 한 치의 사람 속을 알고 싶어 했어요. 작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 왔죠. 이번엔 ‘진짜 알 수 없는 큰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 봤어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하게 큰 것들, 대자연의 이야기요.”(이준오) “그동안의 틀을 깬 음악이 나온 것 같아요.”(융진)

한 치의 사람 속과 압도적인 규모의 대자연은 어떻게 다를까. 이준오는 “사람 마음을 모르는 것도 쓸쓸하고, 말도 안 되게 거대한 것을 모르는 것도 쓸쓸하기는 마찬가지더라”고 했다. 음악의 관점이 달라졌어도 캐스커 음악이 주는 쓸쓸한 정서는 그래서인지 여전히 넘쳐흐른다.

이번 앨범에 실린 ‘산’은 아이슬란드에서 만들어진 곡이다. 이준오는 사운드를 먼저 만들고 편곡까지 마친 뒤 가사를 붙이던 작업 방식을 뒤엎을 만한 경험을 했다. 특별할 것 없는 아이슬란드의 서쪽 길을 홀로 달리는데 쓸쓸함이 무겁게 덮쳐왔다고 했다.

“제가 지금까지 보고 온 풍경들은 제가 태어나기 몇 억 년 전부터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여행에서 돌아와서 ‘좋았다’고 하면 그만이에요. 그게 갑자기 되게 서럽더라고요. 그 막막함이 앨범 콘셉트가 됐고, ‘산’이라는 음악으로 나왔어요.”(이준오)

캐스커는 방송을 거의 하지 않는다. 뮤지션이 음악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많지 않다. 음악을 다루는 방송이 별로 없고, 있다 해도 음악에만 집중할 만한 무대는 찾기 힘들다. 미디어의 속도에 맞추려면 원치 않아도 해야 할 일과 포기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그렇게 방송에 나와도 빠르게 소비되고 잊혀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캐스커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위험성은 크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몇 년이 지나도 힘을 가진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이준오) “캐스커가 잘하는 음악을 계속 들려드리려고요.”(융진)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