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한 음색·연기력 겸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사랑한 캐슬린 김, 금호아트홀서 리사이틀

입력 2015-11-24 20:48
소프라노 캐슬린 김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홍혜경의 뒤를 이을 프리마돈나로 손꼽힌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는 오페라의 발상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 못지않은 위상을 갖고 있다. 뉴욕에 자리 잡은 데다 매년 세계 최고의 성악가들과 연출가들을 섭외해 화려한 프로덕션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메트의 안방마님’으로 불리는 소프라노 홍혜경을 필두로 10명 안팎의 한국 성악가들이 무대에 선 바 있다.

캐슬린 김(40·한국명 김지현)은 메트에서 2007∼2008 시즌 데뷔한 이후 거의 매 시즌 주역으로 출연하고 있는 소프라노다. 고음과 기교, 현란한 음색을 소화해야 하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 지금까지 메트에서 7편에 59회 출연했다. 홍혜경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횟수다. 내년 4월 모차르트의 ‘후궁 탈출’에도 나올 예정이다.

로마 국립오페라극장과 BBC 프롬스 등 유럽에서도 활동한 그는 2013년 서울에서 첫 리사이틀을 가졌다. 지난해 대구오페라축제에서 ‘세빌리아의 이발사’ 로지나 역으로 출연하는 등 한국 무대에 서는 빈도를 높이더니 지난 9월 한양대 음대 교수로 부임했다. 26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보컬 시리즈’로 기획된 리사이틀은 한국에 정착한 후 첫 무대다.

23일 서울 대학로에서 만난 그는 “지난여름 교수 임용 제안을 받았을 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라 얼떨떨했지만 언젠가는 한국에 돌아오고 싶었기 때문에 바로 마음을 정했다”며 “무대에 서는 것과 학생들을 가르치는 걸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너무 즐겁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고 2학년 때인 1992년 미국 이민을 가 맨해튼음대를 졸업했다. 2005년 시카고 리릭 오페라의 신인 프로그램 ‘영 아티스트’에 선발됐고 요한 슈트라우스의 ‘박쥐’에서 아델레 역으로 출연했다가 메트의 캐스팅 감독 눈에 띄었다. 오디션을 거쳐 2007년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의 바르바리나 역으로 데뷔한 뒤 지금까지 한 시즌만 빼고 1∼2편씩 출연해 왔다.

그는 “오페라계가 워낙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보니 적지 않은 시간을 무명으로 보냈다”면서 “꿈의 무대인 메트에 데뷔했던 첫해 베르디의 ‘가면무도회’ 오스카 역으로 출연했는데, 의상 안감에 수놓인 과거 프로덕션 출연 배우 명단에서 조수미, 신영옥 두 선배의 이름을 보고 감회가 남달랐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피가로의 결혼’이 지금까지 한국에서 한 유일한 오페라였지만 앞으로는 좀 더 자주 출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헨델의 오페라 ‘줄리오 체사레’ 아리아부터 독일 가곡 슈만의 ‘미르테의 꽃’, 한국 가곡 ‘진달래꽃’과 이흥렬의 ‘꽃구름 속에’ 등 그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레퍼토리를 선택했다. 특히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반주를 담당해 눈길을 끈다.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김태형은 성악 반주 최고 권위자인 헬무트 도이치를 사사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