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임 회장은 “한국교회가 높은 자리가 아니라 가난한 자리로 내려와야 살 수 있다”며 “NCCK가 약자의 고난과 희망을 함께하는 공동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3일 제64회 총회 직후 서울 종로구 율곡로 서울복음교회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데 이어 국민일보와 별도 인터뷰를 가졌다.
이 회장은 먼저 총무 임기를 5년 단임으로 제한하고 교단 순환제를 도입하려던 헌장개정안이 총회에서 부결된 데 대해 “의외였다”고 밝혔다. 각 교단 총회장과 총무들이 합의해 만든 개정안이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총대들이 총무 중심으로 운영하는 NCCK의 전통을 귀하게 여기고 시스템보다 인물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반대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는 “NCCK는 총무 중심의 단체이고, 총무가 일할 수 있도록 회장이 돕는 게 맞다고 본다”며 “회장이 회의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으니 회장보다 의장이라고 부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헌장개정안은 지난 총회 때 김영주 총무 연임에 반대하며 문제를 제기했던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측의 의견이 대폭 반영된 것이었다. 그는 “그럼에도 예장통합이 투표 결과를 받아들인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앞으로 제도개혁특별위원회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면서 누가 봐도 괜찮다는 안이 나오면 그 뜻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예장통합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는 “예장통합 총회장인 채영남 목사가 광주에서 목회를 하고 저는 군산 출신이니 더 자주 만나자고 이야기했다”며 “앞으로 예장통합과 잘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한국교회가 직면한 상황을 ‘모든 것이 위기’라는 말로 설명했다. 부흥이 가져다 준 경제적 여유가 교회를 가난과 굶주림, 죄인의 자리에서 벗어나 스스로 군주의 자리에 오르게 했다는 것이다. 그는 “하루 빨리 낮은 자리, 겸손한 자리로 내려와 나누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NCCK는 노동자 농민 이주민 장애인 소수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이 시대의 ‘가난한 사람’들이 저마다 삶의 주체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발로 뛰고 있는 총무와 함께 현장을 자주 찾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총회 직후 그와 김 총무는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의 물대포에 의식을 잃은 농민 백남기씨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 가족들을 위로했다.
전북 익산 갈릴리교회 당회장을 지낸 이 회장은 2013년 2년 임기의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총회장에 선출된 뒤 지난 1월 다시 선출돼 연임 중이다. 복음교회는 1925년 서양식 근본주의 신앙과 신학에 반기를 들고 형성된 한국의 자생교단이다. 그는 “교세는 작지만 많은 분들이 감옥에 갇히면서도 신사참배 반대, 민주화 운동 등에 앞장서왔다”며 교단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인터뷰] NCCK 신임 회장 이동춘 목사 “약자의 고난과 희망 함께하는 공동체 될 것”
입력 2015-11-24 1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