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화쟁위원회가 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중재 요청에 대해 24일 평화로운 집회 시위 문화의 전환점이 되도록 집회 주최 측과 경찰, 정부가 참여하는 대화의 장이 조속히 마련되도록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불법 시위를 주도하고 조계사로 도망간 한 위원장은 화쟁위와의 23일 면담에서 다음 달 5일 예정된 2차 민중총궐기의 평화적 진행, 정부와 노동자 대표의 대화, 정부의 노동법 개정 추진 중단 등 3가지를 중재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화쟁위는 이들 요청 가운데 우선 첫 번째 사항인 평화적 집회 부분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나머지 2가지에 대해서는 화쟁위의 역할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자비를 강조하는 종교계로서 양측을 설득하겠다는 화쟁위의 원론적 입장은 이해한다. 조계사로 피신한 사람을 나가라고 할 수도 없는 곤란한 처지에 놓인 상황 아닌가. 그러니 중재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2차 민중총궐기의 평화적 집회 보장은 정부와의 대화가 필요한 게 아니다. 집회 참여자들이 법을 준수하면 그만이다. 시위대의 폭력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면 경찰의 과잉대응도 당연히 사라질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당초 전국 각지에서 분산 개최하려던 2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상경 투쟁 방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1차 집회 때와 같은 과격시위가 재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면서 무슨 대화를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11·14 집회와 관련, “이번에야말로 배후에서 불법을 조종하고 폭력을 부추기는 세력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해 불법과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법치를 부정하고 공권력을 무시하는 세력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 그 장본인이 바로 과격시위를 선동해 서울 시내를 무법천지로 만든 한 위원장이다. 그는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범법자다. 그런 만큼 화쟁위로서도 한 위원장을 감싸 안는 게 능사가 아니다. 과거 민주화 운동 시절 종교계가 보호해야 했던 투사도 아니므로 자진출두를 권해야 한다. 한 위원장 스스로도 종교계를 방패막이 삼지 말고 법 집행에 응해야 할 것이다.
[사설] 조계종 화쟁委, 한 위원장 감싸안는 게 능사 아니다
입력 2015-11-24 1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