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에… 트럼프, 무슬림 비하로 인기 반등

입력 2015-11-24 21:59
파리 테러 이후 도널드 트럼프의 막말이 심해질수록 그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도 트럼프는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내 이슬람사원을 폐쇄하고 이슬람인들의 신원을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물고문을 부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9·11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자 이를 기뻐하는 무슬림 수천명을 봤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ABC방송의 앵커와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이 방송의 프로그램 ‘금주(This Week)’에 출연해 조지 스테파노플러스 앵커와 진실게임을 벌였다. 스테파노플러스 앵커가 “경찰은 ‘9·11테러를 기뻐하는 무슬림들이 있었다’는 당신의 주장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당신이 실언한 건가”라고 물었다. 이에 트럼프는 “실언이 아니다. 사실이다. 내가 봤다. TV에서”라고 답했다. 스테파노플러스 앵커가 재차 “경찰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고 추궁했으나 트럼프는 “실제 일어난 일”이라고 강변했다.

트럼프의 이런 일방적인 주장과 사실 왜곡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지율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32%의 지지율로 벤 카슨을 10% 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1위로 올라섰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인기가 그의 막말에 비례하는 것은 지지층의 특징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지지층은 정부와 언론에 대한 불신이 높은 공화당 내 골수 보수파들이어서 트럼프의 주장이 정부 발표와 언론의 보도와 다르더라도 트럼프를 지지하거나 그의 발언을 믿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화당 지도부는 특정 그룹과 인종 등을 겨냥한 트럼프의 ‘적대적’ 발언이 결과적으로 본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에 공화당 일부 인사는 ‘반(反)트럼프’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트럼프가 제3당 출마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당이 나를 불공정하게 대우하려고 한다. 나를 반대하는 데 거액을 지출하는 계획이 잡혀 있다”면서 “이는 합의 사항과 다르다”고 반발했다.

트럼프는 ABC방송 인터뷰에서도 제3당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피한 채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것이다. 나는 공정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앞서 지난 9월 3일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장과 회동한 뒤 경선 승복과 제3당 불출마 서약서에 서명한 바 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