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로 장거리를 이동할 때 경부고속도로를 될 수 있는 대로 기피하고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수도권, 특히 서울시내 양재∼한남대교 구간의 상시·상습정체 때문이다. 이 구간의 병목 현상에는 시내 구간만 통행하는 차량 탓이 크다. 고속국도의 사전적 의미는 주요 도시를 잇는 자동차 전용의 고속 교통용 국도다. 따라서 도시 내 통행을 위해 고속국도를 이용하는 것은 고속도로의 취지에 반하고, 그 기능을 상당히 훼손한다. 게다가 판교 톨게이트를 지나면 요금소가 없으므로 이는 무임승차다.
이들 고속도로 편승객은 공짜로 편익을 누리면서도 교통정체와 대기오염이라는 사회적 비용까지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이중으로 공평성과 정의에 반한다. 수익자·오염자 부담원칙에 비춰서라도 통행료를 물게 하거나 상·하행선별로 진·출입을 통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실제 명절 연휴기간에는 귀성차량들의 지나친 정체를 막으려고 진·출입 통제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불가능한 게 아니다. 평소에도 진·출입을 금지하면 강남대로 등 주변 도로의 혼잡이 가중될 것이지만, 막히면 차를 덜 운행하게 돼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에게 물으니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공짜로 다니던 길에 통행료를 새로 부과하는 것은 강한 반발을 일으키므로 어렵다”고 말했다. 기술적으로 서초·양재 나들목에 요금소를 설치할 장소는 마땅치 않지만, 개발 중인 전자번호판 인식체계를 이용하면 요금 부과는 가능하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내 생각으로는 통행료 부과보다는 진·출입 통제가 명분도 뚜렷하고, 비용과 부작용도 적다. 통행량을 확실하게 줄여서 기왕 있는 고속국도의 기능을 살리는 게 우선이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내년에 착공키로 한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건설이 불필요해질 수도 있다.
도로건설이 교통체증을 해소할 수 없다는 증거는 갈수록 늘고 있다. 각종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수학이론은 도로를 건설하고 확장하면 자동차 통행이 오히려 늘어나는 것을 보여준다. ‘잠재수요’나 ‘유발교통량’이다. 좁은 한국 땅은 이미 도로로 차고 넘친다. 경부 8차로, 제1·2중부 8차로에다 서울∼세종 6차로까지 합치면 무려 왕복 22차로가 동서로 불과 30㎞ 남짓 이내 간격의 회랑을 따라 남하한다. 수도권에 아무리 인구가 많이 집중돼 있다 해도 이건 너무하다.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 현상은 지역의 복지 혜택이나 재정 수입을 늘려줄 시설을 우리 동네 앞으로 유치하려는 정서를 일컫는다. 아직 노선이 결정되지 않은 안성∼세종시 간 제2차 구간(2020년 착공)을 두고도 충북과 충남 간 이런 핌피 경쟁이 치열하다. 고속도로 종점을 서세종IC, 또는 동세종IC로 할 것인지도 오리무중이다. 표 계산에 바쁜 정치인들과 국토부는 벌써 중부고속도로 혼잡구간을 확장하겠다거나 확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혀놓았다. 서울∼세종 고속도로 노선은 이래저래 경제성이나 타당성과는 무관하게 진천군 산악지대를 뚫고 지나가거나 중부고속도로를 확장시켜 놓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총공사비 6조7000억원 가운데 정부는 토지보상비 1조4000억원을 대고, 나머지 공사비 등은 민간자본으로 조달한다. 대신 민간자본이 운영손익을 정부와 분담하는 방식이다. 당장은 정부 재정 투입이 적지만, 길게 보면 민간의 기대 수익을 정부가 보장하기 때문에 국고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큰 돈이라면 공공부문에서 만개 이상의 번듯한 일자리를 청년실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통행시간을 40∼50분 단축하는 것이 다른 복지나 일자리 예산보다 더 시급한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임항 칼럼] 무임승차와 핌피 현상
입력 2015-11-24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