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후원자들이 기부 경험을 나누면서 나눔과 기부의 가치를 전파하는 행사가 열렸다. 국제 구호개발기구 기아대책(회장 유원식)이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 반포원에서 개최한 ‘필란트로피 나이트’다.
‘필란트로피’는 인간애를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나온 말로 자선활동을 뜻한다. 기아대책은 총 1억원 이상 고액후원자 모임 ‘필란트로피스트(기부활동가)’ 클럽을 발족시켰고, 올해 처음 그들과 그들이 초청한 가족 지인 등 90여명을 불러 모임을 가졌다.
첫 필란트로피스트이자 ‘우물 할머니’로 유명한 노국자(74) 권사가 나눔에 대한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2006년 기아대책과 처음 인연을 맺은 뒤 케냐 우간다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지역에 19개의 우물을 팠다. 아프리카에 가서 아이들을 만난 뒤 그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전에는 ‘돈을 어디에 쓸까, 뭘 할까’를 생각했지만 이제는 돈 3만원이면 아프리카에서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적은 돈이라도 모아서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먹고살 만한 사람이 왜 저러느냐”는 주변의 수군거림에도 불구하고 버린 옷을 주워다 팔고 폐지를 줍는 이유다. 동창들에게도 “돈 3만원 없다고 당장 죽지 않지?” 하면서 약정서를 건네는 등 주변 사람들에게 ‘입을 열고 손을 벌려’ 참여를 권한다고 했다. 이날 동행한 딸에게도 “엄마가 저 세상에 가면 대타로 아이들을 섬기고 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필란트로피스트인 김영걸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 7월 어머니 설순희씨를 기아대책 헤리티지 클럽의 첫 멤버가 되도록 도왔다. 헤리티지 클럽은 1억원 이상 유산기부자들의 모임이다. 김 교수는 “어머니가 7월 20일 약정식을 하고 9월 초 갑작스런 뇌졸중으로 쓰러져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입원하셨다”며 “그때 기부하지 않았으면 어머니가 본인 스스로 결정하고 유산을 나눌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유산기부라고 하면 전 재산을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감뿐 아니라 기부 절차의 복잡함 때문에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김 교수는 “기아대책이 지난 6월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와 손잡고 관련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며 “망설임 없이 결정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일진레이택 김진만 대표와 아내 박선희씨가 새롭게 합류하면서 기아대책 필란트로피스트 클럽 멤버는 17명이 됐다. 유원식 회장은 “후원자들이 생명을 살리는 귀한 여정에 함께 하면서 나눔의 가치를 공유하는 일에 앞장서주고, 더 많은 이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기아대책 고액후원자 모임 ‘필란트로피 나이트’ 열려
입력 2015-11-24 18:00 수정 2015-11-27 1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