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다나현대의원에서 발생한 C형간염 집단 감염사고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20일 이 의원을 찾았던 환자 가운데 18명의 감염이 처음 확인된 이래 23일 자정 현재 감염자는 60명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이 수치가 다나현대의원 이용자 총 2269명 중 450명만 검사를 받은 결과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감염자가 늘어날 것은 불문가지다.
C형간염은 한번 감염되면 70% 이상 만성으로 진전되며,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악화돼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그런데도 예방백신이 없고, 몸에서 자연 제거될 확률은 1% 미만이어서 ‘유사 에이즈’로 불린다. C형간염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이나 성적 접촉, 혈액을 이용한 의약품, 오염된 주사기 재사용 등에 의해 주로 감염된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지금까지 확인된 감염자 60명 모두 수액주사를 맞았고, 의원 측이 수액제를 포함해 4∼5가지 주사제를 혼합해 사용해 왔다는 점 등으로 볼 때 주사기 재사용에 의한 집단 감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건 당국은 보고 있다.
급선무는 2008년 5월 이후 이 의원에서 진료 받은 전원을 한 명도 빠짐없이 조사하는 일이다. 하지만 항체검사 대상자 2200여명 가운데 연락이 닿은 사람은 1300여명에 불과하다. 상당수가 조사 대상자인지조차 알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보건방역 당국은 가능한 행정력을 총동원해 이들이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엉뚱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초기 대응에 실패해 전국을 공포와 불안에 떨게 한 메르스 사태가 연상된다. 익명의 제보자가 없었다면 방역 당국은 지금도 집단감염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을 게다. 이번 사고 역시 가장 기초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후진국형 인재다. 정부는 다나현대의원이 관련법과 규정에 맞게 치료했는지 철저히 조사해 일벌백계해야 한다.
[사설] 또 집단감염사고… 정신 차리려면 아직 멀었다
입력 2015-11-24 1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