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박세리와 박인비

입력 2015-11-24 18:16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명예의 전당은 1951년 발족됐다. ‘여자골프 명예의 전당’으로 불리다 67년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면서 지금처럼 이름이 바뀌었다. 98년부터는 남녀를 아우르는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WGHF·World Golf Hall of Fame)’과 통합 운영되고 있다.

2013년까지는 LPGA 명예의 전당 가입 요건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WGHF에도 헌액됐으나 지난해부터 WGHF 요건이 변경되면서 자동 가입 조항이 사라졌다. LPGA 명예의 전당에 가입하려면 포인트 27점을 채우고 투어에서 10년 이상 활동해야 한다. 포인트는 메이저 대회 우승 2점, 일반 투어 대회 우승 1점, 올해의 선수와 평균 타수 1위에 각 1점씩 준다. WGHF에 헌액되려면 일반 투어 대회 15승 이상 또는 메이저 대회 2승 이상을 거둔 선수 가운데 40세 이상 또는 은퇴한 지 5년이 지난 선수를 대상으로 심사위원회 투표를 거쳐야 한다.

두 전당에 이름을 올린 최초의 한국 선수는 박세리(38)다. 그는 2003년 27점을 채웠고, 2007년 10년 활동 기간을 충족하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LPGA 명예의 전당에는 아시아인 최초, WGHF에는 최연소 입성이었다. 그는 입회식에서 감동적인 연설을 했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한국여자골프의 선구자라고 말한다. 선구자는 정말 힘들고 압박감도 심하다. 내 뒤를 따르는 많은 후배들에게 올바른 길, 최선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고 그게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그 뒤를 따랐던 박인비(27)가 마침내 박세리에 이어 두 번째로 LPGA 명예의 전당 가입을 예약했다. 포인트 27점을 채운 그는 투어 10년차가 되는 내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박세리가 30세에 이뤘던 대기록을 ‘박세리 키즈’가 28세에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우상을 넘어서고 있는 그가 내년 입회식에서 어떤 연설로 ‘박인비 키즈’에 감동을 줄지 자못 기대된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