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박창균] 신용카드 수수료 불합리 해법

입력 2015-11-24 18:18 수정 2015-11-24 18:23

업무차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다녀왔다. 도착 당일 숙소 앞 중국 식당에서 동행한 동료와 함께 맛난 저녁을 먹고 계산하려고 하니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다고 해 투덜대면서도 달리 방법이 없어 현금으로 지불했다. 출장 마지막 날에는 프랑크푸르트 기차역 앞 터키 식당에서 간단한 터키식 스프로 아침을 해결했다. 식당을 나서면서 신용카드를 내미니 10유로 이하는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다고 해 역시 현금으로 지불하고 나왔다. 현금을 갖고 다녀야 한다는 불편함에 대해 불만을 잔뜩 품고서 식당을 나섰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문득 깨달았다. 신용카드 한 장이면 아무 문제없이 일상적인 지출을 해결할 수 있는 우리나라가 오히려 예외적인 경우라는 것을.

문제는 이러한 소비자의 편리함이 공짜로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소요되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그 중요한 부분을 판매업자가 부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신용카드 수수료를 영업활동에 수반되는 경비로 본다면 판매업자가 이를 지불하는 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간단치 않다. 영세 소상공업자 입장에서 신용카드 수수료는 부담이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프랑크푸르트 중국 식당처럼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다면 수수료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000원짜리 음료수 한 병을 사고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는 우리 문화를 감안한다면 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신용카드 수취를 거절하는 영세 소상공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프랑크푸르트 터키 식당처럼 일정 금액 이하는 신용카드 수취를 거절하거나 현금으로 지불하는 고객에 대해 할인 가격을 제공해 수수료를 피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두 가지 다 법률이 금지하고 있어 영세 소상공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는 자영업자의 탈세를 방지하고 세원을 투명하게 파악하기 위한 정책상 목적에서 도입된 것이다. 국가가 정책상 필요에 따라 신용카드 수취를 사실상 강제해 놓고 그 비용은 어려운 서민에게 떠넘기는 듯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영세 소상공인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었고 표에 민감한 정치인들이 개입해 정부가 3년마다 한 번씩 신용카드사의 원가를 분석한 후 ‘적정’ 수수료율을 결정하도록 하는 기상천외한 해법이 법률로 규정되게 되었던 것이다. 해당 법률을 제정한 국회가 신용카드 결제서비스 제공에 소요되는 원가를 정부가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으리라고 믿을 정도로 순진하진 않았을 것이다.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평균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신용카드사마다 원가가 다를 것이므로 평균을 비용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고비용 구조를 가진 신용카드사는 경영상 압박을 받을 것이지만 저비용 구조의 신용카드사는 안정적인 이익을 누리게 될 것이다.

3년마다 한 번씩 소모적 논란의 소용돌이로 빠져드는 사태가 예견되는 만큼 근본적인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신용카드 의무 수납제도를 폐지해 가맹점이 신용카드 수취를 거절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현금 사용 고객을 우대할 수 있도록 관련 조항을 개정한다면 수수료율에 대한 불만의 원천 자체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소비자 불편이 가중되고 탈세가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객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면서 신용카드 수납 거절을 남용하는 가맹점이 많지는 않을 것이며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현금영수증으로 전환하고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절하는 가맹점에 대해서는 과세 당국이 강력한 제재를 취함으로써 충분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