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거대 제약사 화이자(Pfizer)가 보톡스 등을 생산하는 아일랜드의 엘러간(Allergan)과 1600억 달러(186조원) 규모의 합병안에 합의해 세계 최대 제약회사가 탄생한다.
그러나 화이자가 합병 회사 본사를 아일랜드로 삼기로 해 기업들이 세율이 낮은 국가로 본사를 이전해 세금을 낮추는 조세 회피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화이자와 엘러간이 22일(현지시간) 주식교환을 통한 1600억 달러 규모의 합병안에 합의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는 올해 발표된 인수·합병(M&A) 중 최대다. 또한 2000년 화의자의 워너-람버트 인수(1160억 달러)를 웃도는 제약업계 역사상 최대 M&A다. 합병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이언 리드 화이자 CEO가 맡는다. 합병 회사의 매출은 600억 달러가 넘는다.
그러나 이번 합병 발표는 기업이 세율이 낮은 국가로 본사를 옮기는 조세 회피 논란에서 최대 사례라는 점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뉴욕에 본사를 둔 화이자가 아일랜드 더블린에 본사를 둔 엘러간을 인수하면서도 법적으로는 엘러간이 화이자를 인수하는 역합병으로 설계돼 더블린이 합병 회사의 법적 소재지가 되기 때문이다.
미 기업들이 세금을 줄이려고 본사를 외국으로 이전하는 일을 막기 위한 미 재무부의 규정을 피하고자 역합병 꼼수를 부린 것이다. 화이자는 165년 넘게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미 법인세율은 35%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반면 아일랜드는 12.5%로 선진국 중 가장 낮다.
합병 회사는 합병 첫해에 대략 17∼18% 법인세율(조정 후)을 적용받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현재 화이자가 적용받는 26%보다 크게 낮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FT는 화이자가 앞으로 수십억 달러의 법인세를 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실질적으로는 화이자가 엘러간을 인수하는 것이라고 보도했고 블룸버그 통신은 양사 합병은 논란이 되는 조세 회피 사례 중 최대라고 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화이자·엘러간, 186조원 규모 합병 합의… 세계 최대 규모 ‘꼼수 합병’
입력 2015-11-24 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