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YS) 전 대통령 서거 이틀째인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조의를 표하려는 각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조문객 9000여명 중엔 YS와 유독 곡절이 많았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있었다.
이 전 총재는 방명록에 “飮水思源(음수사원). 김영삼 대통령의 서거를 깊이 애도하면서”라고 적었다. ‘음수사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수장학회에 내린 휘호이기도 하다. 이 전 총재는 “물을 마시면 물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하라는 말 그대로,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공기처럼 오기까지 김 전 대통령의 많은 족적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YS는 이 전 총재를 감사원장, 국무총리로 중용해 대선주자급으로 키워냈다. 하지만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 전 총재가 IMF 환란 책임과 ‘3김(三金) 시대’ 청산을 주창하면서 YS와 정치적으로 갈라선 후 관계 회복을 하지 못했었다. 이 전 총재는 고인과의 이 같은 애증의 관계를 반영하듯 “여러 가지 곡절이 있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에 조문온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이 전 총재에게 깍듯한 목례로 예를 갖췄다. 둘의 만남을 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총재님 키즈(KIDS)들 다 왔네”라며 껄껄 웃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도 중국 베이징대 유학 중 귀국해 빈소를 찾았다. 건호씨는 조문 전 “민주화 투사로서 아버님께서도 항상 존경해오신 분”이라며 “삼가 조의를 표한다”고 했다.
앞서 오전엔 정운찬 김황식 정홍원 등 전직 국무총리들의 조문이 잇달았다. 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단체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이 외에도 김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모임인 ‘문춘회’ 회원들이 단체로 조문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날 오전엔 가족과 지인 등 40여명이 배석한 가운데 30여분간 입관식이 치러졌다. 입관식에 참석했던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아주 평온한 얼굴로, YS답게 하나도 구김살 없이 훤하니 좋더라. 만감이 오갔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마지막 모습을 전했다.
한장희 고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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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3 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