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前 대통령 서거] 이회창 “飮水思源… 민주주의 족적 잊어선 안된다” 추모

입력 2015-11-23 22:06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가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 입관식 도중 영면에 잠긴 남편의 얼굴을 침통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왼쪽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는 차남 현철씨. 행정자치부 제공

김영삼(YS) 전 대통령 서거 이틀째인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조의를 표하려는 각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조문객 9000여명 중엔 YS와 유독 곡절이 많았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있었다.

이 전 총재는 방명록에 “飮水思源(음수사원). 김영삼 대통령의 서거를 깊이 애도하면서”라고 적었다. ‘음수사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수장학회에 내린 휘호이기도 하다. 이 전 총재는 “물을 마시면 물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하라는 말 그대로,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공기처럼 오기까지 김 전 대통령의 많은 족적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YS는 이 전 총재를 감사원장, 국무총리로 중용해 대선주자급으로 키워냈다. 하지만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 전 총재가 IMF 환란 책임과 ‘3김(三金) 시대’ 청산을 주창하면서 YS와 정치적으로 갈라선 후 관계 회복을 하지 못했었다. 이 전 총재는 고인과의 이 같은 애증의 관계를 반영하듯 “여러 가지 곡절이 있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에 조문온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이 전 총재에게 깍듯한 목례로 예를 갖췄다. 둘의 만남을 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총재님 키즈(KIDS)들 다 왔네”라며 껄껄 웃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도 중국 베이징대 유학 중 귀국해 빈소를 찾았다. 건호씨는 조문 전 “민주화 투사로서 아버님께서도 항상 존경해오신 분”이라며 “삼가 조의를 표한다”고 했다.

앞서 오전엔 정운찬 김황식 정홍원 등 전직 국무총리들의 조문이 잇달았다. 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단체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이 외에도 김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모임인 ‘문춘회’ 회원들이 단체로 조문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날 오전엔 가족과 지인 등 40여명이 배석한 가운데 30여분간 입관식이 치러졌다. 입관식에 참석했던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아주 평온한 얼굴로, YS답게 하나도 구김살 없이 훤하니 좋더라. 만감이 오갔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마지막 모습을 전했다.

한장희 고승혁 기자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