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강창욱] ‘농민 부상’ 사과 거부한 경찰청장

입력 2015-11-24 04:09 수정 2015-11-24 18:21

강신명 경찰청장은 23일 오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지난 14일 시위대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농민 부상은) 사실관계와 법률관계가 불명확하다. 결과가 중한 것만 가지고 잘잘못을 판단하는 건 이성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대운 의원이 농민 부상과 관련해 “사과할 용의가 없느냐”고 재차 물은 데 대한 답변이었다. 강 청장은 신중론으로 ‘사과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경찰은 농민 백남기(68)씨가 물대포에 정면으로 맞아 쓰러지는 영상이 인터넷에 떠도는데도 “사실관계를 정확히 따져 봐야 한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당한 작전 중에 벌어진 불의의 사고쯤으로 본다.

경찰 말대로 고의성이 없었다 해도 책임을 벗을 수는 없다. 만원 지하철 안에서 남의 발을 밟거나 빗길에 우산을 잘못 움직여 행인 눈을 찔러도 사과하게 마련이다. 자신에게 달려든 사람을 때린 경우라도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다쳤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최근에는 자기 집에 침입한 도둑을 때려 뇌사에 빠뜨린 20대 남성이 정당방위를 주장했음에도 1심 법원은 징역형을 선고했다.

유 의원이 계속 추궁하자 강 청장은 “인간적인 면에서는 그런 불상사에 대해 경찰청장으로서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쾌유를 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타깝다’와 ‘쾌유를 빈다’는 사과의 언어가 아니다.

경찰은 농민 부상에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살수차가 물을 뿜을 때 전방 카메라는 앞을 제대로 못 본다. 살수차는 백씨가 쓰러진 뒤에도 최소 15초간 물기둥을 내리꽂았다. 경찰은 이런 장비를 그동안 각종 시위 진압에 사용하면서 위험 관리 인력도 두지 않았다.

이래도 잘못한 게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유독 합리성을 강조하던 강 청장이 돌연 ‘독불장군’이 된 이유가 궁금하다.

강창욱 사회부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