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前 대통령 서거] DJ 대신해… 이희호 여사 ‘말 없는 위로’

입력 2015-11-23 21:54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왼쪽)가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설치된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김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오른쪽 두 번째)의 손을 잡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23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김영삼(YS)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2009년 먼저 남편을 떠나보낸 이 여사는 YS 부인 손명순 여사와의 짧은 만남에서 ‘말 없는’ 위로를 전했다.

이 여사는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와 함께 빈소를 찾았다. 거동이 불편한 이 여사는 휠체어를 탄 채 빈소에 입장했다. YS 차남 현철씨의 안내로 헌화·분향을 마친 뒤 귀빈실로 자리를 옮겼다.

이 여사는 손 여사와 현철씨와 말없이 악수만 나눴다. 이 여사와 손 여사는 서로 몸이 불편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다. 하지만 눈빛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표정이었다.

현철씨는 이 여사에게 “아무래도 (어머니가) 충격이 없진 않으시다”며 말을 건넸다. 박 의원은 손 여사에게 “이제 두 여사님이 오래 사셔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이 여사는 전날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명의로 낸 논평에서 민주화를 위한 YS의 헌신을 높이 평가했다. 이 여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과 대한민국의 발전에 큰 업적을 남겼다”며 추모했다. 그는 또 “남편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를 위해 오랫동안 투쟁했다”며 “우리 국민들은 김 전 대통령을 대한민국을 변화시킨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여사가 YS를 최근 공개적으로 만난 것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이었다. 하지만 대화를 깊게 나누진 못했다고 한다.

이보다 앞서 2009년 8월 이 여사와 YS는 DJ가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이던 2009년 8월 만나 대화를 나눈 바 있다. YS는 DJ를 병문안했지만 DJ의 건강상태가 악화되면서 직접 대면하지는 못했다. YS는 대신 대기실에서 이 여사를 만나 손을 잡았다. YS는 “세상에 기적이 있으니 희망을 잃지 마시라”고 했고, 이 여사는 “대통령이 깨어나서 다녀가셨다는 말을 들으면 위로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YS는 또 “둘이 합쳐서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우리나라는 미얀마처럼 됐을 것”이라며 “그때는 목숨 걸고 싸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후 6년여 만에 YS는 영면했고, 이 여사는 YS의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 여사는 2011년에는 경남 거제도에 있는 YS의 생가를 방문하는 등 민주화 동지로서 YS에 대한 존중을 나타내 왔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