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前 대통령 서거] 朴 대통령, 손명순 여사 손잡고 “위로의 말씀 드린다”

입력 2015-11-23 22:00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가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 입관식 도중 영면에 잠긴 남편의 얼굴을 침통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왼쪽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는 차남 현철씨. 행정자치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김영삼(YS) 전 대통령 빈소를 방문해 직접 애도의 뜻을 밝혔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외교 일정을 마치고 새벽에 귀국한 박 대통령은 귀국 8시간 만인 오후 2시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박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 영정 앞에서 분향 및 헌화한 뒤 잠시 묵념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 손을 두 손으로 잡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 현철씨는 “대통령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박 대통령은 “(국립서울현충원) 장지를 잘 이렇게…”라고 말해 예우를 갖춰 장례를 준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박 대통령은 빈소 내 가족실로 이동해선 김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의 손을 잡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말레이시아에서도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이 빈소에 머문 시간은 7분가량이었고, 방명록에는 별도로 글을 남기진 않았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 현기환 정무수석, 정연국 대변인이 수행했다. 박 대통령은 26일 국회에서 열리는 영결식에도 참석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 조문 당시 빈소에는 ‘상도동계’ 핵심 인사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과 김덕룡 전 의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등이 있었다. 박 대통령은 이들과도 악수를 나눴다.

박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은 ‘현실 정치’를 매개로 직접 오랜 기간 마주한 적은 없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산업화의 영광과 유신독재의 그늘을 함께 갖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고, 김 전 대통령 역시 야당 지도자로 유신 반대 및 민주화 투쟁의 정치역정을 걸었던 만큼 두 사람의 인연이 없다고도 할 수 없다.

두 사람은 박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한 1998년 이후 줄곧 평탄하지 않은 관계를 이어왔다. 이듬해 김 전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의 재평가 움직임을 “독재자를 미화하는 것은 가소로운 일”이라고 맹비난하자 박 대통령이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이 정치 지도자가 되면 국민이 불행해진다”며 맞받아치면서부터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보여준 YS의 이명박 후보 지지, 2012년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시절 현철씨 공천 탈락은 이런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두 사람 간의 화해 제스처도 있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8월 새누리당 대선후보 확정 뒤 상도동을 방문했고, 김 전 대통령은 대선 직전 박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대선 승리 다음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직접 조문을 한 것은 5번째다. 박 대통령은 남덕우 전 총리(2013년 5월),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부인 박영옥 여사(2015년 2월)가 별세하자 빈소를 방문했다. 지난해 4월엔 경기도 안산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았고, 올 3월에는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 국장(國葬)에 참석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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