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3일 김영삼(YS) 전 대통령 빈소를 방문해 직접 애도의 뜻을 밝혔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외교 일정을 마치고 새벽에 귀국한 박 대통령은 귀국 8시간 만인 오후 2시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박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 영정 앞에서 분향 및 헌화한 뒤 잠시 묵념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 손을 두 손으로 잡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 현철씨는 “대통령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박 대통령은 “(국립서울현충원) 장지를 잘 이렇게…”라고 말해 예우를 갖춰 장례를 준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박 대통령은 빈소 내 가족실로 이동해선 김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의 손을 잡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말레이시아에서도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이 빈소에 머문 시간은 7분가량이었고, 방명록에는 별도로 글을 남기진 않았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 현기환 정무수석, 정연국 대변인이 수행했다. 박 대통령은 26일 국회에서 열리는 영결식에도 참석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 조문 당시 빈소에는 ‘상도동계’ 핵심 인사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과 김덕룡 전 의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등이 있었다. 박 대통령은 이들과도 악수를 나눴다.
박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은 ‘현실 정치’를 매개로 직접 오랜 기간 마주한 적은 없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산업화의 영광과 유신독재의 그늘을 함께 갖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고, 김 전 대통령 역시 야당 지도자로 유신 반대 및 민주화 투쟁의 정치역정을 걸었던 만큼 두 사람의 인연이 없다고도 할 수 없다.
두 사람은 박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한 1998년 이후 줄곧 평탄하지 않은 관계를 이어왔다. 이듬해 김 전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의 재평가 움직임을 “독재자를 미화하는 것은 가소로운 일”이라고 맹비난하자 박 대통령이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이 정치 지도자가 되면 국민이 불행해진다”며 맞받아치면서부터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보여준 YS의 이명박 후보 지지, 2012년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시절 현철씨 공천 탈락은 이런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두 사람 간의 화해 제스처도 있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8월 새누리당 대선후보 확정 뒤 상도동을 방문했고, 김 전 대통령은 대선 직전 박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대선 승리 다음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직접 조문을 한 것은 5번째다. 박 대통령은 남덕우 전 총리(2013년 5월),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부인 박영옥 여사(2015년 2월)가 별세하자 빈소를 방문했다. 지난해 4월엔 경기도 안산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았고, 올 3월에는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 국장(國葬)에 참석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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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3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