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前 대통령 서거] ‘YS 유지’ 잇겠다는 김무성·서청원, 맺힌 앙금 털어낼까

입력 2015-11-23 21:58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옛 상도동계 인사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조문을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수한 전 국회의장, 김 대표, 김덕룡 전 의원,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 김봉조 전 의원. 서영희 기자

일촉즉발로 치닫던 새누리당 내 공천 갈등이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갈등의 두 축인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상주(喪主)를 자임하고 나서면서다.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이 모두 정치적 아버지로 여겼던 YS는 ‘화합과 통합’을 마지막 메시지로 남기고 떠났다. 두 사람이 이를 받들어 그간의 앙금을 털어낼지 주목된다.

김 대표는 23일에도 YS의 정치적 유산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은 2년 전 몸이 아픈 가운데서도 붓글씨로 ‘대도무문’(大道無門·정도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의미) 대신 화합과 통합이라는 글을 쓰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것이라고 사실상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생 최우선이야말로 화합과 통합을 남기고 떠난 김 전 대통령을 진정으로 애도하는 길이고 정치권 모두가 지켜야할 도리”라고 강조했다. 서 최고위원도 YS 서거를 계기 삼아 아직 남아 있는 동서갈등을 정치권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풀어보자는 뜻을 밝혔다.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은 회의를 마치고 국회 본관 앞에 설치된 정부 대표 분향소를 찾아 헌화한 뒤 다시 빈소가 있는 서울대병원으로 달려갔다.

YS 서거 직전까지 두 사람의 관계는 냉랭했다. 지난해 7월 당 대표 경선을 치르면서 벌어진 틈은 좀처럼 메워지지 않았다. 김 대표 취임 후 기 싸움 성격의 충돌이 여러 번 있었는데, 공천 룰을 놓고는 본격적으로 다퉜다. 공천 룰을 정할 당내 특별기구 위원장 선임 문제는 양측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 비화돼 어느 쪽도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한동안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올인’하느라 잠시 묻어뒀던 공천 갈등은 지난 16일 최고위 때 폭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YS 서거로 한자리에 마주앉게 되면서 두 사람이 한때는 상도동계 동지였다는 점이 새삼 부각된 것이다.

김 대표는 서거 정국이 끝나면 공천 내분을 매듭짓고 총선 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에 앞서 민생 법안과 예산안 처리 등을 위해 야당의 협조도 이끌어내야 한다. 김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가 YS를 떠나보내면서 그가 남긴 통합과 화합이라는 메시지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다만 현재 당내 사정과 공천이라는 사안의 민감성, 여야 관계를 감안하면 당장 이를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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