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피신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 , 조계종에 ‘정부와 대화’ 중재 요청

입력 2015-11-23 21:43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오른쪽)이 23일 은신해 있는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에서 조계종 화쟁위원장과 면담한 뒤 잠시 밖으로 나와 주변을 바라보고 있다. 김지훈 기자

한상균(53) 민주노총 위원장이 다음 달 5일로 예정된 ‘2차 민중총궐기대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되도록 중재해 달라고 조계종에 요청했다. 정부와의 대화도 중재해 달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23일 피신 중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에서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과 면담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부의 ‘노동개악’ 중지 등을 중재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쟁위는 24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한 위원장은 면담 직후 기자회견을 갖기로 했지만 신변이 불안하다는 이유로 나서지 않았다. 약 1분간 도법 스님과 인사하면서 취재진에게 살짝 얼굴을 드러냈다.

지난 21일 민주노총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경찰은 강경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압수수색에 대비해 민주노총 측이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을 확보, 수사를 확대하고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압수수색 당시 사무실 내 컴퓨터 52개 가운데 46개의 하드디스크가 이미 없었다. 문건을 파쇄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경찰은 정황이 다수 발견돼 뚜렷한 증거만 나오면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경찰은 다음 달 5일 2차 집회에서 폭력시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집회신고 접수를 거부하는 방안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집회·결사의 자유를 인정하고 ‘허가’를 인정하지 않은 헌법 제21조, ‘신고제’를 명시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위반되는 공권력 남용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집회신청 단체가 과거 불법집회를 해왔는지, 신고 지역이 교통에 방해가 되는지, 중복 신청됐는지 등을 고려하고 집시법에 따라 검토한다는 것”이라며 “미리 정해진 대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노총은 2차 집회를 상경투쟁 방식으로 변경하는 안을 고심하고 있다. 민주노총 측은 “전국 각지에서 열려던 2차 집회를 상경투쟁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12월 총파업도 강력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에게 지난 21일 민노총 사무실 압수수색을 사과하고 강신명 경찰청장을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김미나 김판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