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는 1980년 10월 가택연금 상태여서 장남 은철씨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여론 악화를 우려했던 전두환정권은 당시 노량진경찰서장을 통해 장남 결혼식 ‘특별 외출’을 허락하겠다는 뜻을 YS에게 전달했었다. 그러나 YS는 “세상 어느 아비가 제 자식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겠느냐. 분명히 말하지만 연금을 해제하면 참석하고, 그렇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당시 YS의 양복을 담당했던 재단사 박정남씨는 회고록에서 “YS는 ‘정부가 아이 결혼식을 빌미로 연금 생활을 호도하고 싶어 한다. 연금이 해제되지 않는 한 저들의 농간에 놀아날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박씨에게 “혼례를 올린 아이들이 집에 오면 예복을 입고 예를 빌겠다. 옷을 맞추는 것으로 아비 된 도리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상휘 위덕대 부총장은 23일 라디오에 나와 “96년 서울 사당동의 허름한 술집에서 은철씨가 술값을 치르지 못해 대신 내줬던 적도 있다. 술집 사장이 은철씨가 대통령 아들인줄도 몰랐었다”는 일화를 전했다. 그만큼 YS의 자녀 관리가 철저했다는 뜻이다. 이 부총장은 “은철씨는 현재 몸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아프다”며 “원래 건강이 안 좋은 데다 지금 몸이 아파 빈소에도 거의 못 나올 상황”이라고 말했다.
차남 현철씨는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우군이지만 동시에 최대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92년 대선 당시 선거 전략 등을 총괄하며 정치에 입문했고 대통령 재임 시절 막후 실세로 자리매김하며 ‘소통령’ ‘소산’(YS의 호인 거산에 빗댄 말)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집권 말기 한보그룹 수사에 이름이 등장하며 위기를 맞았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김기수 검찰총장에게 직접 전화해 “혐의가 없으면 찾아서라도 현철이를 구속하라”고 지시했던 일을 회고록에 적었다.
김 전 대통령과 아내 손명순 여사는 60년 정치인생 최고의 동지다. 그는 2011년 결혼 60주년 때 “손 여사를 아내로 맞이한 게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했다. 손 여사는 YS가 가택연금 상태에서 단식을 했을 때 김 전 대통령 곁에서 성경을 10차례 이상 통독해주며 마음을 다잡아줬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의 조깅 사랑은 널리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가택연금 때도 조깅을 쉬지 않았다. 상도동에서 슈퍼마켓을 하는 오석규씨는 “총재 댁에 야채를 배달하러 갔을 때 정원 잔디가 다 죽어 있는 것을 봤다”며 “가택연금 상태여서 대문 밖 출입을 할 수 없게 되자 그 작은 앞마당을 매일 빙빙 도셨고, 그 때문에 싹이 밟혀 거의 다 죽어버린 것”이라고 전했다.
YS는 대통령 재임 시절 매일 265m에 달하는 청와대 녹지원 트랙을 25분간 12바퀴 돌았다. 박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한마디 말없이 뛰면서 그날의 중요한 일정을 생각하고 개혁에 대한 결의를 다졌다”며 “김 전 대통령에게 있어 아침 조깅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하루를 시작하는 중요한 의식 같았다”고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