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2대 경제국인 아르헨티나에서 12년 만에 좌파 정권이 물러나고 우파 정권이 집권하게 됐다. 남미의 좌파 바람을 주도했던 베네수엘라 경제가 휘청거리고 브라질 좌파 정부도 사면초가에 처해 이번 아르헨티나의 정권 교체가 남미의 정치 풍향이 바뀌는 신호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보수 중도우파 성향의 야당인 ‘공화주의 제안당(PRO)’ 소속이자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인 마우리시오 마크리(56)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내세운 집권 여당인 ‘승리를 위한 전선(FPV)’ 소속이자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인 다니엘 시올리(58) 후보는 득표차가 좁혀지지 않자 패배를 시인했다. 개표가 97% 진행된 가운데 마크리 후보가 51.6%, 시올리 후보는 48.3%를 얻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로써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과 함께 아르헨티나를 이끌었던 페르난데스의 12년에 걸친 부부 대통령 시대가 끝나게 됐다. 12년 동안 키르치네르 부부 대통령은 페론주의 좌파 정책을 기조로 가난한 사람과 노년층,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도입했다. 아르헨티나 석유회사인 YPF를 국영화했고, 수입세를 올려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했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둔화와 맞물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대로 곤두박질친 반면 정부의 재정지출 급증으로 인플레이션은 30%로 치솟았다. 마크리 당선자는 키르치네르 부부의 정책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고 비판하면서 시장친화적 경제정책을 주창해 왔다. 그의 최우선 과제는 당장 지난해부터 기술적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들어간 아르헨티나 경제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마크리는 디폴트 선언 이후 채무 상환과 관련해 빚어진 국제 금융계와의 마찰을 해소하겠다고 공약했다.
마크리 당선자는 1995년부터 12년간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축구 클럽인 보카 주니어스 구단주를 하면서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선거에 두 번 도전해 2007년 당선된 뒤 우파 정당을 결성해 대권에 도전했다.
99년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집권을 계기로 남미에는 좌파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이번 아르헨티나 대선 전까지 남미 12개국 중 콜롬비아와 파라과이를 뺀 10개국에 중도좌파 성향의 대통령이 집권했다. 하지만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추락으로 인한 경제난과 재정악화, 부정부패 등으로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칠레의 미첼 마첼레트 대통령의 정권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12년 만에 야당 후보 마크리 대통령 당선] 아르헨 중도우파 집권… 남미 좌파블록 와해 신호탄?
입력 2015-11-23 20:18 수정 2015-11-24 0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