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매체인 알자지라는 최근 아랍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홍보 문구’를 22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주로 터키 업체들이 올려놓은 문구인데 “시리아 여권이나 유럽 나라들의 여권을 위조해 드립니다. 시리아 국제운전면허증도 가능합니다. 출생증명서나 고교 및 학사·석사학위 수료증도 만들어 드립니다. 그 외 다른 것들도 가능합니다”라는 내용이다.
또 다른 홍보 문구도 위의 내용과 거의 비슷했다. 끝부분에 “우리 회사는 국제우편으로 전 세계 어디든 시리아 문서를 택배로 보내드립니다”라는 말이 추가된 게 특징이었다.
알자지라와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요즘 ‘가짜 시리아 여권’(사진)은 전 세계 난민들에게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시리아인은 물론 이란이나 파키스탄, 이집트, 소말리아, 코소보 출신들도 앞다퉈 시리아 위조 여권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시리아인은 전쟁 중이라 진짜 여권을 발급받기 어려워서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시리아 사람인 척 위장하기 위해 ‘확보 전쟁’에 나선 것이다. 대부분 유럽 나라가 시리아인의 경우 ‘난민’으로 분류해 적극 수용하고 있다. 때문에 시리아 출신 증명서는 유럽 안착을 위한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지난 13일 파리 테러 사건 당일 숨진 용의자한테서 발견된 것도 위조된 시리아 여권이었다.
시리아 여권은 통상 품질이 좋은 것은 3000달러(약 350만원) 정도에 팔린다. 터키에서 업체들이 난립하다 보니 경우에 따라 1000달러(약 116만원)에 살 수도 있다. 시리아 여권이 인기를 끌다 보니 터키나 유럽의 난민 밀입국 주선업자들이 시리아인들이 가진 진짜 여권을 빼앗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WP는 전했다.
문제는 지금까지는 잘 통했던 시리아 ‘위조 여권’이 파리 테러 사건 이후 감시가 강화되면서 유럽 공항이나 이민센터 등에서 위조된 문서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알자지라는 이미 수천 달러를 지급하고 산 가짜 여권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져 난민들이 또 한번 절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2015년 지중해 히트 상품은 시리아 위조여권… 유럽행 난민들 필수 아이템
입력 2015-11-23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