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前 대통령 서거] ‘감각’ 뛰어난 YS vs ‘논리’ 뛰어난 DJ… 스타일도 성격도 ‘라이벌’

입력 2015-11-24 04:00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성격도 상극이었다.

YS는 거침없고 직선적이었다. 반면 DJ는 신중했고 세밀했다. DJ의 비서실장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23일 교통방송 라디오에서 “어떤 정치적 동물 감각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탁월하셨다면, 논리적 사고를 하시던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탁월하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은 늘 모든 것을 판단할 때 굉장히 단순하게 하시고, 참 편리하게 생각을 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굉장히 논리적 접근을 하기 때문에 접근도 신중하고 복잡하다”고 비교했다.

YS는 ‘대도무문’이라는 휘호를 좋아했던 것처럼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스타일이었다. 반면 DJ는 평소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강조한 만큼 분석하고 숙고하는 성격이었다. 1987년 전두환 정권에서 대통령 직선제 개헌 투쟁을 할 당시 두 사람의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 DJ가 YS에게 ‘100만인 서명운동’을 제안하자, YS가 “100만명이 뭐꼬, 1000만명은 해야지”라며 역제안했다. DJ가 걱정스럽게 “1000만명을 어떻게 채우느냐”고 하자 YS가 답답하다는 듯 “누가 세리(헤아려) 보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민주화 운동과 대통령 재임 당시 DJ가 실무까지 하나하나 챙기는 스타일이라면, YS는 아랫사람에게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었다.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을 빌릴 수 없다”는 것이 YS의 철학이었다.

서로에 대한 평가도 비슷했다. 생전 DJ는 YS에 대해 “대단히 어려운 일을 아주 쉽게 생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반면 YS는 DJ에 대해 “아주 쉬운 문제를 대단히 어렵게 생각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토론의 ‘달인’인 DJ가 1대 1로 붙어서 이길 수 없는 유일한 사람이 YS였다는 것도 정치권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YS는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속도전을 선호했다. 초기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도입 등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였다. 1996년 말엔 노동법으로 여야가 대치하자 여당 단독으로 밀어붙이면서 ‘날치기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반면 DJ는 ‘DJP(김대중+김종필) 연대’를 통해 출범한 만큼 설득과 통합의 리더십을 앞세웠다. DJ는 JP를 국무총리로 내정했으나 야당 반대로 인준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설득을 이어간 끝에 8개월 만에 정식 총리로 만들었다.

2011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주한 미국대사관 외교전문(2006년 7월 작성)에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언급이 있다. 전문은 YS에 대해 ‘다혈질(hot-tempered)’에 대부분의 정책적 이슈들에 상당히 제한적인 지식과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며 박한 평가를 내렸다. 반면 DJ에 대해선 세계적으로 알려진 정치적 인물로 외교 정책의 모든 측면에서 능숙했다고 후하게 평가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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