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미국 금리인상이 유력해지면서 ‘1달러=1유로’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로화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부양 차원의 통화완화 정책을 펼 예정이어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 CNN머니는 1달러와 1유로의 가치가 동등해지는 ‘패리티(parity)’ 상태가 13년 만에 임박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달러화는 유로당 1.06달러 수준에서 거래돼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3월 기록한 저점 1.04달러에 근접했다. 유로가 1달러로 떨어지는 것은 2002년 12월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1달러=1유로’ 전망이 나오는 것은 우선 미국과 유럽이 처한 경제상황이 달라 통화정책도 차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고용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확인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확실한 근거를 얻었다. 반면 경기부진이 장기화되는 유럽은 프랑스 파리 테러까지 겹쳐 경기위축에 선제 대응해야 하는 입장이다.
CNN머니는 특히 지난 20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진 은행인협회 연설 이후 유로화 가치 하락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드라기 총재는 “현행 정책이 물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이 설 경우 가능한 한 빨리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드라기 총재의 발언은 ECB가 다음달 3일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새로운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새로운 부양책으로는 기존 마이너스대인 예금금리를 추가로 더 내리거나 현행 600억 유로(약 73조7500억원) 규모의 국채매입 프로그램 시행 시한을 연장하는 방안 등이 꼽히고 있다. 앞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연준과 ECB의 통화정책이 달라질 것이란 점을 근거로 들며 연내 유로·달러 패리티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화 강세, 유로화 약세’ 흐름이 빨라진다고 보고 있지만 패리티 가능성에선 의견이 엇갈렸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수석연구위원은 “ECB가 추가로 금리를 내리거나 양적완화를 확대한다면 유로화가 급속히 약세를 띠면서 연내 패리티가 나타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 안기태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유로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도 “실질환율상으로는 유로화가 고평가 영역에 해당돼 패리티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러화 강세가 우리 경제에 불안요인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금리인상은 미국 경제가 좋아진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과거와 달리 신흥국 수출로 연결되는 고리가 약해졌다”며 “신흥국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경우 수출대상국 중 신흥국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선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백상진 손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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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내달 금리인상 유력… ‘1달러 1유로’ 임박
입력 2015-11-24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