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의 원조이자 캔두이즘의 화신”… ‘탄생 100년’ 정주영 사진전·학술 심포지엄 개최

입력 2015-11-23 19:24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사진전에 소개된 사진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 명예회장이 1980년대 초 한국종합전시장에 전시된 포니2 자동차와 선박 모형을 지켜보고 있다. 1982년 현대그룹 신입사원 하계수련대회에서 직원들과 함께 노래하고 있다. 1999년 기아자동차 인수 후 기아차 화성공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1984년 서산 간척사업 현장에서 공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20세기 최후의 전위예술(소떼 방북)을 연출한 세기의 목동’ ‘청년 창업의 원조’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취해야 하는) 파우스트 콤플렉스의 화신’ ‘(과거와 미래를 모두 현실로 전환해) 오직 현재만을 완성시키는 삶을 산 사람’ ‘캔두이즘(Candoism·할 수 있다)의 대표’. 학술 논문에 묘사된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모습들이다.

현대차그룹 등 범현대가가 참여한 ‘아산 탄신 100주년 기념사업 위원회’(위원장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23일 오후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정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을 열였다.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울산대 아산리더십연구원은 심포지엄에서 ‘아산, 그 새로운 울림: 미래를 위한 성찰’을 주제로 정 명예회장의 업적과 성과를 연구한 4권의 ‘아산 연구총서’를 발표했다. 울산대 오연천 총장은 “얼과 꿈, 살림과 일, 나라와 훗날, 사람과 삶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아산을 새롭게 조명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정진홍 울산대 석좌교수는 “아산은 과거와 미래를 현재로 호출한 사람”이라며 “과거에의 함몰이나 망각, 미래에 대한 맹목적인 기대나 환상에서 벗어나 오직 현재만을 완성시키는 삶을 산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김홍중 서울대 교수는 “괴테가 그려낸 파우스트처럼 아산이 보여준 발전에 대한 강한 열망과 낙관주의, 그리고 생존주의로 일컬어지는 엄청난 에너지는 하나의 콤플렉스로서 공통점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콤플렉스를 해소하고자 하는 아산의 간절함은 꿈을 자본으로 활용하도록 추동했다고 본다”고 했다.

정 명예회장의 유일한 ‘실패’로 거론되는 통일국민당 창당과 대선 출마에 대한 새로운 평가도 제시됐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통일국민당은 대기업을 기반으로 창당된 유일한 정당이었으며 지역 기반을 갖지 않으면서도 거의 유일하게 성공적이라 할 수 있는 정당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업적 효율성에 의거해 단기간에 대중의 주목을 받고 지지를 이끌어냈지만, 특정한 정치적 가치나 이념에 근거해 대중 속에 조직적으로 뿌리내릴 수 없는 정치적 한계를 지녔다”고 지적했다.

정 명예회장도 1998년 자서전에서 “5년 전 내가 낙선한 것은 나의 패배가 아니라 YS(김영삼 전 대통령)를 선택했던 국민의 실패이며 나라를 이 지경으로 끌고 온 YS의 실패다. 나는 그저 선거에 나가 뽑히지 못했을 뿐이다. 후회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정 명예회장 사진전은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23∼24일 열리며, 24일에는 정·관·재계 및 언론계, 학계, 사회단체, 가족, 범현대사 임직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이 개최된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