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후의 전위예술(소떼 방북)을 연출한 세기의 목동’ ‘청년 창업의 원조’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취해야 하는) 파우스트 콤플렉스의 화신’ ‘(과거와 미래를 모두 현실로 전환해) 오직 현재만을 완성시키는 삶을 산 사람’ ‘캔두이즘(Candoism·할 수 있다)의 대표’. 학술 논문에 묘사된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모습들이다.
현대차그룹 등 범현대가가 참여한 ‘아산 탄신 100주년 기념사업 위원회’(위원장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23일 오후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정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을 열였다.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울산대 아산리더십연구원은 심포지엄에서 ‘아산, 그 새로운 울림: 미래를 위한 성찰’을 주제로 정 명예회장의 업적과 성과를 연구한 4권의 ‘아산 연구총서’를 발표했다. 울산대 오연천 총장은 “얼과 꿈, 살림과 일, 나라와 훗날, 사람과 삶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아산을 새롭게 조명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정진홍 울산대 석좌교수는 “아산은 과거와 미래를 현재로 호출한 사람”이라며 “과거에의 함몰이나 망각, 미래에 대한 맹목적인 기대나 환상에서 벗어나 오직 현재만을 완성시키는 삶을 산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김홍중 서울대 교수는 “괴테가 그려낸 파우스트처럼 아산이 보여준 발전에 대한 강한 열망과 낙관주의, 그리고 생존주의로 일컬어지는 엄청난 에너지는 하나의 콤플렉스로서 공통점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콤플렉스를 해소하고자 하는 아산의 간절함은 꿈을 자본으로 활용하도록 추동했다고 본다”고 했다.
정 명예회장의 유일한 ‘실패’로 거론되는 통일국민당 창당과 대선 출마에 대한 새로운 평가도 제시됐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통일국민당은 대기업을 기반으로 창당된 유일한 정당이었으며 지역 기반을 갖지 않으면서도 거의 유일하게 성공적이라 할 수 있는 정당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업적 효율성에 의거해 단기간에 대중의 주목을 받고 지지를 이끌어냈지만, 특정한 정치적 가치나 이념에 근거해 대중 속에 조직적으로 뿌리내릴 수 없는 정치적 한계를 지녔다”고 지적했다.
정 명예회장도 1998년 자서전에서 “5년 전 내가 낙선한 것은 나의 패배가 아니라 YS(김영삼 전 대통령)를 선택했던 국민의 실패이며 나라를 이 지경으로 끌고 온 YS의 실패다. 나는 그저 선거에 나가 뽑히지 못했을 뿐이다. 후회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정 명예회장 사진전은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23∼24일 열리며, 24일에는 정·관·재계 및 언론계, 학계, 사회단체, 가족, 범현대사 임직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이 개최된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청년 창업의 원조이자 캔두이즘의 화신”… ‘탄생 100년’ 정주영 사진전·학술 심포지엄 개최
입력 2015-11-23 19:24